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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건과 나

by 수수


오늘은 4월 13일, 어제오늘 이틀 동안 교사연수로 4.3 평화 인권교육 연수를 받았다. 어제는 2시에 퇴근하여 탐라교육연수원에 갔다. 연수원은 한라산으로 향하는 자연 속에 있었다. 산책로도 있고, 넓은 잔디 축구장도 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시멘트 건물 안을 벗어나 산속에 오니 푸르른 자연만큼 마음도 싱그러웠다. 나는 4.3 사건이라는 말을 작년에 처음 들었다. 1년 전에도 4월이 시작될 무렵 4.3 사건 관련 교사 연수를 받았다. 근무했던 학교와 학교 근처 마을이 4.3 사건 관련 장소였다. 아픔의 현장이었다.

이번 연수는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님의 강의로 시작됐다. 파란만장한 제주도 역사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 중 하나는 조선시대 때 이야기다. 섬사람들이 육지로 나오는 것을 금하는 영을 내려 섬 안에서 갇혀 지내야 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은 4.3 사건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장소를 탐방했다. 아침 9시 삼양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오후 4시 도령마루 4.3 유적지까지 6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삼양초등학교 내 4.3 관련비석, 삼양지구대 내 순직비, 회천동 4.3 희생자 위령비, 이덕구 가족묘, 봉개동, 월평동, 박성내, 인다마을 4.3성, 웃인다 잃어버린 마을, 연미마을, 도령마루. 오늘 탐방한 곳은 일부라고 한다.

나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 되는 대로 그 상황에 맞게 살아가는 편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내 주관을 크게 말하지 않는다. 나 자신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나였기에 그랬나 보다. 그래도 겉핥기식으로라도 세상 돌아가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지내왔다. 하지만 나에게 4.3 사건은 생소했다.

며칠 전, 반 아이들에게 4.3 교육을 했다. 2학년 수준에 맞는 만화영화 영상자료를 보여 주었다. 몇몇 여자아이는 울었다. 4.3 사건과 같은 일들이 교실에서도 가정에서도 사회 곳곳에서도 일어난다. 누군가는 이유도 모른 채 당하는 일이다.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상대방을 짓눌러 버린다. 나도 한 때 남편으로부터 당했다. 고통을 당하는 건 나와 두 명의 자녀였다. 아무렇지 않게 일어났다. 주변 사람들 특히 시댁 식구들은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상황을 자세히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알아도 모른 채 했다. 딸과 아들, 형제들이 도와주었다. 지금 나는 아무도 원망하지 않는다. 폐암수술 후, 5년이란 시간 동안 미움과 원망을 다 버릴 만큼 평강을 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 억울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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