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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공개수업

by 수수

2025년 4월 30일 수요일 햇살이 따사롭고 더웠다.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35년이 넘는 교사생활이지만 학부모 공개수업은 늘 긴장된다. 손님맞이 준비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학급 아이들과 내가 만드는 작품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구상한 대로 작품이 그려져 가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 "이거 뭐예요", "어떻게 해요", "안 돼요." "뭐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 학습 능력이 서로 다르다 보니 수업 속도를 중간 능력 아이들에게 맞춘다. 몇몇 아이는 다 완성했다. 이해를 하지 못해 시작도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 몇몇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간다. 천천히 이해를 도와주어야 한다. 교사의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움직인다. 27명 각각의 아이들의 상황을 살핀다. 40분 수업이 끝날 때까지다. 한 명 한 명의 질문에 반응하고 답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모둠 활동을 하면서 갈등이 생겨 우는 아이, 두 아이에게 생긴 갈등을 풀어주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자연과 함께 찍은 사진을 설명하고, 사진 제목을 짓고, 액자를 꾸미고, 사진을 전시하고, 학급 친구들 사진을 감상하고, 학습활동 소감 발표하기다. 천천히 여유 있게 2시간 동안 하면 좋다. 학부모님들이 교실 빈 공간을 다 채웠다. 나는 민소매 긴 원피스를 입었다. 원피스 겉에 반팔 가디건을 입었다. 허리를 살짝 덮을 정도의 짧고 얇은 가디건이다. 좁은 교실에 30여 명의 학부모님들이 있어서인지 수업을 하는 중에 몹시 더웠다. 아이들이 활동하는 것을 살피며 책상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다가 가디건을 벗었다. 고민할 틈도 내지 않고 바로 벗었다. 그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시원했다. 민소매 원피스 차림으로 수업을 이어갔다. 훨씬 몸이 가벼웠다. 학습량이 많았는데도 아이들은 내 지도에 거뜬히 따라왔다. 모둠 친구들과 서로 대화하는 모습, 자신의 사진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모습, 사진 종이 액자에 제목을 쓰고 꾸미는 모습, 교실 앞에 나와서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 아홉 살 아이로 성장한 자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00야, 바르게 앉자!" "00야, 여기 봐야지!" 불려진 이름의 부모님의 마음이 힘들었을까? 부모님들이 돌아가신 후, 두 아이의 부모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이름 불려지는 아이의 마음이 상할까 봐 살짝 불렀다. 그럼에도 그 아이들의 부모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게 된다. 모둠 친구와 갈등을 일으켰던 아이의 부모님 마음도 헤아려 본다. 수업이 끝났다. 부모님은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못했다. 갈등으로 속상해했던 아이는 부모님 앞에서 울고 있었다. 부모님들은 자녀와 사진도 찍고, 안아주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교실 이곳저곳에 전시된 자녀의 작품이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나는 아들딸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학부모 공개수업에 한 번도 참여하지를 못했다. 공개수업에 참여한다는 생각도 못했다. 자녀와 같은 학교에 근무했는데도 참여하지 못했다. 내가 맡은 학급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20여 년 전 그 당시에는 나와 같은 상황이었던 학부모가 많았을 거다.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여한 부모의 자녀는 행복하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할 거다. 사랑받는다는 확신이 마음에 가득할 거다. 이 땅의 모든 아이들 부모님이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 좁은 교실 속, 자녀와 부모의 칭찬과 격려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다. 나와 아이들이 그 추억의 자리를 준비했다는 뿌듯한 마음, 학부모 공개수업에 대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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