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바다가 참 좋단다.
엄마가 바다를 누리기 시작하였을 때는 2018년에 폐암 수술을 하고부터란 다. 병원에서 퇴원 후 아들이 생활하던 강릉에서 함께 지내면서지.
아들 집에서 바다까지는 걸어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단다. 처음에는 집 근처에 있던 남대천 산책로까지 걸어가는 것도 힘이 달렸단다. 아들이 직장에 나가고 나면 남대천 산책로 옆 정자까지 걸어가곤 했단다. 그러다가 바다까지 걸어가는 것을 시도했지.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여러 번 한끝에 안목 해변에 다다르곤 했지. 그곳에서 또 쭉 바닷가로 걸어가니 송정해변 소나무밭이 나오더구나. 울창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그곳을 보며 엄마가 얼마나 신이 났던지. 두 팔을 하는 위로 쭉 뻗어 놀리고는 기뻐 뛰곤 했단다.
소나무 숲을 지나서 20분 정도 해변 소나무 사이를 걸어서 쭉 앞으로 가니 강문해변이 나오더구나. 엄마가 해냈다는 승리의 기쁨을 스스로 누렸단다. 오전 10시쯤 집을 나와서 강문에 도착하니 오후 1시쯤 되더구나. 미리 준비한 견과류와 고구마 구운 것을 걷는 중간중간에 먹었는데도 배가 몹시 고파 쓰러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단다. 강문해변에는 '전복 해물 뚝배기'라는 음식점이 있었는데 그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곤 했단다. 건강에 좋은 전복과 해물들이 푸짐하게 들어 있는 따뜻한 뚝배기와 맛있게 볶아진 멸치, 바싹하게 구워진 김 등이 한상차림으로 나왔단다. 어찌나 맛있었는지 큰이모가 강릉에 놀러 왔을 때도, 친구가 놀러 왔을 때도 그곳에 가서 전복 해물 뚝배기를 먹었단다.
엄마는 아들과 강릉에서 몇 개월을 보내고 나서 포항으로 살 곳을 옮겼지. 딸과 함께 지낸 포항에서도 집이 바다 근처에 있었지. 딸이 학교에 가면 양덕동 집에서 바닷가를 따라 영일대 해수욕장까지 걸었단다. 고구마 구운 것과 견과류, 물을 준비하여 중간중간 쉬면서 간식도 먹었지. 영일대 해수욕장 가는 중간에 산이 있었는데 아마 두호동 산이었을 거야. 그곳에 올라가면 바다 풍경이 더 넓고 깊게 느껴졌단다. 아빠가 엄마 승용차를 서울에서 포항에 가져다준 이후로는 칠포해수욕장도 가고 해변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것을 즐겼단다.
2023년부터는 제주도 바다를 본단다. 함덕해수욕장 근처에서 8개월을 살고, 이제 외도에서 지내게 되니 매일 매일 바다를 본단다. 심지어는 집안에서도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단다.
엄마가 어린 시절을 바다 가까이 있는 시골에서 살았더구나. 그래서 바다가 좋은 걸까? 10대 때에는 바다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하고, 바다에서 먹을 수 있는 해초도 뜯었단다. 집 뒷산에 달려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푸른 바다가 보였단다. 40년 정도를 서울에서 살면서 바다에 가고 싶었겠지. 너희가 어린 시절을 보낼 때 몇 번 가본 것이 전부일 거야.
엄마는 바다가 참 좋단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엄마 안에 담겨 있던 작은 염려 거리가 다 씻겨져 가는 느낌이 든단다. 여유로워지고 평안해지지. 엄마는 지금, 이 시각도 외도에 있는 스타벅스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글을 쓰고 있단다.
엄마가 바다를 좋아하게 된 힘이 무엇일까? 바다를 보면 슬플 수도 있고 외로울 수도 있을 텐데 말이야.
엄마가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다를 보면 기쁘기 때문이란다. 사랑이 가득 담김 바다가 엄마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란다. 엄마가 암 수술 후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아들과 딸이 엄마를 바다가 보이는 예쁜 카페와 음식점으로 데리고 다녔지. 그래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