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말로만 듣던 골키퍼 있는 골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을 방패 삼아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위험하지만 위대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도전의 씨앗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뿌리 채 뽑아버리기 전에 아예 뿌리를 내리지도 말자며 다짐한 지 3일도 채 지나지 않아
그에게 계속 연락이 왔고
물을 주고 있는 나를 봤다.
햇빛을 보지 말아야 해...
물을 먹고 속은 자라나더라도 밖으로 자라 싹이 되진 말아야 해
그렇게 땅 속 어둠에서 혼자 자랐다가 혼자 시들어야만 해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매일 해는 떴고 볕이 들었다.
정신 차려야지 할 때마다 페북에 들어가 그녀와 함께한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불과 이십여 일 전 달달했던 그들에게 내가 이럴 수 있나 죄책감이 든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나 자신이 한심해지는 반면,
한 켠으론 원래 이렇게 만나다가 저렇게 시작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누가 먼저든 연락은 매일매일.
더 이상 서로 떠보기는 없는 것 같다.
잘해주고 싶고 배려하고 싶다.
그렇게 이미 뿌리는 자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짙은 갈색의 흙더미 위로
초록색의 무언가가 살짝 솟아오른다.
앞 뒤를 보지 않는다.
하나만 빼면 완벽하게 서로 호감을 느끼는 남녀일 뿐이다.
썸도 타고 밀당도 하며 서로의 선톡에 마냥 기쁜...
그러나 그 하나가 전부를 좌지우지한다.
앞뒤를 묻지 않는다.
따지고 따지면 안 될 이유밖에 나오지 않을 것을 둘 다 너무나도 잘 안다.
서로 어찌할 줄 모르지만
현재 어쩌고는 있는 위험함이다.
안 되겠다 더 이상.
선을 그었다.
선긋기는 처음이라 그에게 상처일까 봐 겁난다.
이제 다시 당당한 사랑하리다.
마음껏 사랑을 표현해도 미안하거나 두렵지 않은 사랑!
그것은 어둡고 깊은 곳에 있다.
존재하지만 손에 닿지는 않아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가장 안쪽에 있어, 누구도 볼 수 없지만
누구나 쉽게 상처 줄 수 있는 약한 것이다.
불을 환히 밝히다가도 훅, 꺼질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것이 내 마음이다.
-문득 외로운 집에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