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2016
교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자친구의 첫 술자리
한 두 시간 놀 테니 그때 안 자면 통화하자는 그의 말에
살짝 내려왔던 눈꺼풀이 버티칼을 치듯 확! 올라갔다.
두 시간!
원체 해야 할 것이 있으면
깊게 자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기다리다가 잠들었다는 것은 내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두 시간...
이 훌쩍 넘었는데 그는 연락 두절이다.
한창 놀고 있는데 내가 닦달하면 분위기를 흐리겠지?
하지만... 통화하기로 했었잖아...
조금만 더 기다리면 연락이 오지 않을까?
왜 폰이 꺼져있는 거지?
걱정이 짜증으로 번져갈 즈음
페이스북 메시지가 왔다.
"미안. 폰이 꺼졌어ㅠ 자고 있겠네.. 들어가서 연락할게!"
아니!!! 안 자고 있어!!! 너 때문에!!! 뭐하는 거야!!!
당장에 따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나는 너그러운 여자친구라고 최면을 걸며 답장했다.
"그래. 재밌게 놀아."
그는 내 문자 그대로 착실하게 행동했고
다음날 나의 짜증 폭탄을 제대로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