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는다던 그녀에게 배운 것

기대를 활용하는 방법

by 한수정

대부분의 일에 있어서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신기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방법론처럼 들리기도 했다.


세상은 내가 한 만큼만 돌아오더라고요.

때로는 그마저도 안 돌려줄 때도 있고요.

괜히 기대했다가 좋은 일이 별로 없어요.

내가 바라는 이상형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 안 해요.

나한테 그렇게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요.


그런 말들을 듣고 있노라니 씁쓸해졌다. 그동안 너무 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기에 기대가 점점 낮아져 이제는 없어진 것이리라. 그 말을 듣고 그동안 그녀가 견뎌내고 낮춰야만 했던 기대들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것도 없다는 말을 듣고 나 역시 그렇게 해보려고 했지만, 진심으로 바라거나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는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면 그게 잘 되지 않았을 때 기대를 버리지 못했던 만큼 실망도 컸다.

나는 왜 내 마음 하나조차 조절 못하는 걸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 방식대로 기대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일에 있어서는 일단 최선을 다하고, 어김없이 버리지 못한 기대는 '혹시나'라는 포스트잇 이름표를 붙이고 월요일에 산 복권처럼 일단 잠시 묻어둔다. 그러다 잘 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더 이상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후회할 것도 없으므로 금세 털어버릴 수 있게 된다. 그 다음을 바라보는 것이 실망을 잊는 가장 빠른 방법이란 걸 깨닫게 되기도 했다.


때로는 그 기대 때문에 허황되더라도 행복한 상상을 하며 열심히 할 수 있기도 했다. 이게 언제나 들어맞지는 않지만, 기대라는 녀석을 이용해 의욕을 얻기도 하고 잠시 즐거워지기도 한다. 여전히 기대를 완벽히 버리는 방법은 터득하지 못했지만, 내 마음이 덜 상처받는 방법을 조금씩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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