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선생님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소감은 위트와 깊이로 무장되어 있었다. 그 중 압권은 '경쟁'에 관한 그녀의 생각이다.
저는 경쟁을 믿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를 이기겠어요? 저는 그녀의 영화를 수없이 많이 봐왔습니다. 5명 후보가 모두 각자 다른 영화에서의 수상자입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역을 연기했잖아요. 우리끼리 경쟁할 순 없습니다. 오늘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은 단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죠. 그리고 아마도 미국인들이 한국 배우를 환대하는 방법일 수도 있죠. 아무튼 감사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감동적인 표정을 지었던 것과 같이 나도 이 말씀을 곱씹을 수록 감동이다. 우리가 같은 캐릭터로 같은 영화에서 연기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기에, 연기의 결과로 상을 받는 것은 경쟁이 아니라 약간의 행운, 조금의 환대인 것이다.
경쟁이 불가한 것이 어디 연기 뿐이랴. 우리가 늘 빗대듯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우리는 각자의 영화 속 주인공일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영화 속 위너이고, 각자의 영화 속에서 열심히 살아내는 연기를 하는 중일 테다. 그러니 다른 영화의 주인공과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러니 우리가 삶 속에서 받아드는 여러 트로피들도, 경쟁의 결과라기보다는 약간의 행운, 조금의 환대, 노력에 대한 격려, 과정에 대한 보상일 것이다. 그리고 그 트로피들이 없다하여, 우리의 영화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각자의 영화에서 하나뿐인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