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작가 빅크 강연을 통해 만나게 된 글쓰기 친구들
딱 한 달 전에 이슬아 작가 강연을 들었다.
프리랜서 작가로 살았지만 한 번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본 적이 없는 나.
그래서일까 핀란드로 처음 왔을 때 누가 나에게 '직업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그렇게 싫고 '작가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두려웠다.
나는 한동안 작가이기를 피했다.
어떻게 하면 다시 글을 쓰는 사람으로, 글을 쓰는 게 괴롭지 않고 재밌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나는 글을 쓰는 게 부끄러웠다.
누가 내 글을 읽고 나한테 와서 '당신이 그러고도 작가예요?'라고 할까 봐 지레 겁먹었다.
그러던 찰나에 인스타그램에서 이슬아 작가 강연 소식을 봤다.
나처럼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친구만 있으면 글이 잘 써질 거 같았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강연에서 글쓰기 친구가 있으면 좋다는 이야기와 동시에
파워 E인 나는 채팅창에 이렇게 썼다.
'글쓰기 모임 제가 만들 테니 같이 하실래요?'
그렇게 글쓰기 모임을 꾸려가게 됐다.
이름도 있다.
'라일락'
글쓰기 모임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라일락'의 존재는 정말 솜사탕 같다.
2주일에 한 번 만나 피드백을 주고받는데 그 시간이 사르륵 사라진다.
그냥 갈겨놓은 글에도 따뜻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 덕분에 글을 쓰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이 궁금해진다.
피드백이 올라왔나 하루에 한 번 꼭 확인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다.
'글 쓰는 거' 재밌다.'
글쓰기 클럽에서 배운 또 다른 변화는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나의 자세다.
피드백이라고 하면 항상 날을 세우게 되고 방어자세를 취하게 됐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라일락 친구들은 바른말을 아프지 않게 해 준다.
내가 시간에 쫓겨서 쓴 글은 친구들이 말하기 전에 내가 더 잘 안다.
애정을 가지고 쓴 피드백이 주는 영향력은 어마 무시하다.
피드백을 준다는 게 여러 가지 주파수와 레이더를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친구들은 어떻게 귀신같이 찾아냈을까.
친구들이 주는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시 더 재밌게 잘 쓰고 싶어 진다.
그래서 브런치에는 내가 쓴 글 + 친구들이 준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시 쓴 글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냐면...
글쓰기에 대한 책, 비디오, 신문 기사 등등 읽다가
작년 여름에 장강명 작가의 책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었다.
책 안에서 직업으로서 작가가 되려면 책 한 권을 목표로 글을 쓰는 걸 제안했다.
그래서 책 한 권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결심하면 뭐하나.
글을 안 쓰면 말짱 도루묵인데.
미니멀리스트 유튜버의 조언이 생각났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게 있으면 하루에 얼마라도 시간 블록을 잡아놓고 무슨 일이 생겨도 그 일을 할 수 있게 시간을 제한해놓으세요'
그래서 이슬아 작가 말처럼 하루에 15분, 30분 이렇게 쓰려고 한다.
내가 쓴 글이 책 한 권이 되는 날까지.
라일락 친구들과 함께.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