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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Mar 20. 2016

네가 싫은 건 아니야

내향인의 이유 있는 변명


너는 언니랑 좀 다르지?


내 동생은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내 동생까지 알게 됐을 때 하는 말이다.

직접 드러내지는 않지만, 아니 가끔 돌직구를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네 언니는 조금 차갑던데.



나는 따뜻한 사람은 아니다. 특히나, 1년 이상 만나본 사람이 아니라면 더더욱 마음을 열지 않는다. 친구, 연인, 모두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내 주변에는 어찌어찌 삶의 궤적을 따라 계속 이어나가게 된 사람들이 남았다. 같은 학교에 3년 이상 다니거나, 교회 공동체에서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된 사람들. 그리고 회사에서 1년여간 동고동락한 동료들. 처음에는 '저런 사람이 다 있지?'하며 생소했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 사람'이 됐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닫힌 마음'을 품은 날 합리화하자는 건 아니다. 솔직히 처음 본 사람이 그리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건 확실하다. 충분히 차가운 사람으로 나를 볼 수 있다. 나는 극 내향인이기 때문이다.


그냥 내향적인 사람도 아니고. 극 내향인이다.




수연아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 나는 내 이름이 선생님 입 밖에 오르내려도 눈물이 나왔다. 무서웠다. 내 이름이 사람들 앞에서 불린다는 게. 앞에서 무얼 시킬까 봐 두렵기도 했고, 그냥 그 상황 자체가 싫었다. 주목받기 싫었다. 나는 내향인이면서 내성인이었다.


수연 씨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남들 앞에 나서기를 꺼린다. 꼭 해야 할 때는 얼굴에 단단한 철판을 심고 '후, 하, 후, 하' 100번 이상 심호흡을 하고, 또 수없이 많은 연습을 하고 나선다. 뒷면을 보지 않고, 사람 앞에 선 나만 본 사람이라면 나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보지 않을 수 있다. 아니, 볼 수도 있지. 떨림은 속일 수 없으니까. 아무튼.


'그냥 내성적인 거 아냐?'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아니 난 내향적이다. 나는 사람들과 접촉하면 에너지가 소진되는 인간이다. 앞서 한 설명과 같이 사람들 앞에 나선다는 건, 친구와 수다 떨 때처럼 한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는 것의 10배, 100배를 소비하는 행동이다. 사람 수만큼, 아니면 그 상황에 수반되는 스트레스까지 덤으로. 그래서 내겐 엄청난 두려움을 가져다줬다. 지금까지도 그렇다.


하하, 그랬어요?


내가 건네는 한 마디는 노력과 용기, 에너지를 남들보다 조금 더 쏟은 결과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차가운 게 아니다. 그냥 남들보다 사회적 에너지가 조금 모자란 거다. 나는 조금만 놀면 입을 다물어야 하고, 어딘가 콕 박혀서 나를 채우고 싶어진다. 사실, 집에 가고싶어진다.


당신이 알아줬으면 한다. 나는 당신이 좋다. 나도 더 노력할 테니 나를 좋아해달라.


특히 나는, 외향적인 당신이 좋다. 내가 말을 안 하고 웃기만 해도 당신은 신이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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