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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Apr 29. 2018

긴장한 모습 탄로난 김정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던 83년생 어린 지도자

회담을 끝내고 모두가 어느 정도 긴장을 풀고 즐기던 저녁 만찬. 그 안에는 끊임없이 두려워하는 김정은이 있었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오연준 노래를 듣는 리설주 옆 김정은 눈동자는, 계속 주변을 둘러봤다. 긴장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이었다. 주변에 경호 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그랬다. 이날은 어떤 '무지막지한 일, 예를 들면 암살'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었다. 그만큼 김정은은 국제사회를 위한 화해의 제스처를 자기 목숨을 걸고 감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자마자 이런 말을 했다.

"여기까지 온 건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었습니다"


83년생, 서른여섯 젊은 김정은은 정말 큰 용기를 냈다. 그는 슈퍼주니어 김희철과 동갑일 정도로 어린 나이다.

도리도리 김정은(36) / 북한 평양 거주

그런데 어린 지도자의 모습을 숨기지 못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어리기 때문일 수도 있고, 워낙 폐쇄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 상황을 겪어보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그 지점을 몇 군데 소개하려 한다.


1 그의 등장


27일 오전 9시 반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냈다.

매번 인터넷 '짤'로만 보던 이런 김정은이

진짜 사람 모습으로 남한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3

2

1

시작

여기까지는 별 문제없었다. 정말 북한의 위엄 있는 지도자(독재자)가 남한으로 당당히 걸어오는구나, 이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김정은의 부자연스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연히 드러났다. 어쩌면 첫 만남의 이 장면은 수만 번 연습했을런지도 모른다. 최대한 첫 만남에서는 강렬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에.



2 방명록을 쓰며 헉헉대던 이유

평화의 집에 들어와 방명록을 쓰던 김정은은 갑자기 헉헉거렸다. 숨을 크게 몰아쉬는 게 카메라에 잡힐 정도였다. 이전까지 담담하게 걸어오던 김정은, 갑자기 숨이 가빠진 것이다.


그는 역사에 길이 남을 방명록을 작성하는 그 자체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30대 중반 김정은, 전 세계가 생중계로 바라보는 화면 앞에서 메시지를 남긴다는 건 긴장이 머리 끝까지 올라오는 일이었다.


아직까지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은 비밀이었고, '열병식'외에는 이렇게 그의 모습을 생중계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긴장할 만했다. 그걸 보는 나까지 함께 긴장했을 정도니까.

(방명록 작성 순간 영상은 아래에 있다)



3- 농담을 던진 이유

김정은은 긴장을 풀고 싶어서인지, 문재인 대통령과는 다르게 '유머'를 많이 사용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자, 잘 연출됐습니까?"


회담 전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습니다.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그럴 때마다 회담장에는 웃음이 터졌고, 김정은도 빵긋 웃었다.


자기보다 31살이나 많은 데다가, 협상의 고수라고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얼마나 떨렸을까. 어떻게든 유머로라도 우위를 점하고 긴장을 풀려던 김정은 모습이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마음을 이해하는 듯 연신 인자한 미소를 보여줬다. 박수도 아끼지 않았다.


4- 약점을 보여줬던 이유

한 나라의 지도자는 자기 나라의 약점이나 부족한 점을 쉽게 밝히지 않는다. 자기 나라를 대표한 사람으로서 그런 발언은 자제하는 게 도리다.


그러나 김정은은 북한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 어떻게 보면 '실수'일 수 있는 발언이다.


"우리나라 도로가 불편하다. 오늘 내가 내려와 봐서 안다"

"평창 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한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으로 오면 민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는 이런 솔직한 발언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마음을 열어보려 노력했다. 그 덕분인지 최종 판문점 선언에는 '철도'에 대한 합의가 포함됐다.(뭐 철도는 빠지지 않는 협상 내용이지만 말이다ㅋ)


또 하나의 약점이랄까... 이건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제목: 신문물 접한 김정은


5- 눈동자가 끊임없이 움직인 이유


회담이 끝난 뒤 저녁시간. 오연준 노래 등 만찬 순서를 즐기는 리설주, 김여정과는 달리 김정은은 계속 주변을 주시하고 있었다.

솔직히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북한 vs 남한' 사이. 자기 형, 고모부를 암살한 김정은은 자신도 언제 어디서 암살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 것 같았다.


자기 목숨이 달린 위험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남한에,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섰다.



6- 문재인 대통령을 쳐다본 이유


문재인 대통령과 헤어지기 전, 김정은은 마지막으로 대통령과 눈인사를 나눴다.

오늘 한 약속, 앞으로 있을 약속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진심을 확인하기 위한 눈 맞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마음을 이해하는 듯 김정은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이를 마지막으로 김정은은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새 시대, 새 한반도를 위한 진심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곤해 죽을 뻔... 김정은(36)/북한사람




김정은은 옛날 김정일과는 회담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전에는 나이 많은 김정일을 대하느라 '긴장한' 한국 대통령이 보였다면, 지금은 나이 어린 김정은을 배려하고 품어주면서도 분위기를 장악한 한국 대통령을 볼 수 있었다.

나이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미성숙함은 숨길 수 없다. 그래서 지금 '김정은 집권'이 엄청난 기회인 것이다.









[사용된 영상]

첫 만남

방명록 작성 순간 영상

아래 영상에서는 클로즈업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정은 유머1 영상

김정은 유머2 &문재인 대통령 인자한 미소 영상

우리 도로사정 안좋다 발언

항상 주변 주시하는 만찬장 김정은 눈동자

문재인대통령 김정은 마지막 눈인사

[과거 남북정상회담 분위기 영상]


*소심한 관종*을 소개합니다.

권귤의 사생활 -> https://www.instagram.com/soooyeon.kwon/

권귤의 그림일기 -> https://www.instagram.com/gyuls_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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