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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Dec 06. 2017

“두 번의 유산, 드디어 아이가 생겼다”

민지에 대하여 #0 태어남

"야 넌 어떻게 이렇게 살이 안 빠지니?"

"다리가 어쩜 이렇게 튼튼해. 코끼리네 코끼리"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몸매는 고3 그대로였다. 젖살이라 우겨봐도 소용없었다. 스물여섯에 무슨 젖살이란 말인가.


결혼하고서도 마찬가지. 평생 이렇게 살 줄로만 알았다.

임신테스트기에서 두 줄을 확인하고, 남편과 뜨거운 눈물을 흘린 지 3주째 되던 날.


속옷에 비친 피는 하루 동안 계속됐다. 둔탁한 핏덩어리가 떨어졌다.


유산이었다.


A: 그래, 에미냐?
M: 네 어머님
A: 그래 밥 잘 챙겨 먹고.
M: 네 어머님. 죄송해요.
A: 미안할 것 없다.


그렇게 여섯 달 뒤, 새로 들어섰던 아기가 또 핏덩어리가 되어 버려졌다. 두 번째 유산.


신혼 초 58kg였던 몸무게는 47kg로 훌쩍 떨어졌다. 뭉툭한 어깨뼈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보, 나는 아이를 못 낳을 운명인가 봐..."




1990년 1월,

임신테스트기에 다시 두 줄이 비쳤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반드시 내 아이를 지켜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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