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엔 상사 앞에서 '진짜' 실신함
허둥지둥하다가 한 달이 다 갔다. '전에 하던 일 그대로 하면 되겠지'하던 마음은 쏙 들어갔다. 이직이란 이런 건가.
이전 직장에서 글로벌 이슈 기사를 썼는데, 새 직장에서는 카드 뉴스(혹은 영상 구성)를 만들게 됐다. 카드 뉴스라... 아주 쉬워 보였다. 문장도 얼마 안 되고, 사진도 띡띡 갖다 붙이면 되는 걸로만 생각했다. 그런데...뚜둥!!!
글쓰기보다 어려운 게 카드 뉴스 만들기였다. 이럴 수가.
인터넷 매체에서 기사를 쓸 때 상사가 항상 했던 말이 있다.
'네 생각을 적지 말고, 팩트만 적으란 말이야'
내 주관이 들어가는 단어와 문장은 절대 금지였다. 글 쓰는 사람에 따라 뉘앙스 차이는 있더라도, 내가 결론을 지어준다? 그건 작가나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카드 뉴스를 만들면서는 마지막 문장이 필요했다. '그를 응원하겠다'든지, '울림이 있다'든지... 마지막 문장을 만드는 것도 일이다. 처음엔 이게 뉴스가 맞나? 했지만 중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눈이 빠지도록 봤다.
3. 2. 1.
이렇게 3초 만에 마음을 빼앗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면 '이거다!'하고 짧은 기사를 썼다. 그런 게 잘 먹혔다. 10만 명 이상이 클릭하면 잘 됐다 싶었다.
그런데 카드 뉴스는 기삿거리 찾는 게 너무 어려웠다. 일단 카드 15장 정도 만들 만큼 '스토리'가 있어야 했다. 해외 이슈라면 한국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가치 있는 이야기.
감동적인, 가치 있는, 생각해볼 만한 해외 이야기. 그런데 한국 사람들도 관심 가질 이야기? 사실 별로 없다. (여전히 함께 가슴 아파해야 할) 시리아 내전 이야기에 사람들은 지루함을 느끼는 듯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금은 기사 거리를 나 혼자 찾지 않는다. 아침마다 기사 주제에 대해 회의를 하고, 채택된 이야기들로 카드 또는 영상을 구성한다. 여전히 내가 발제하는 기삿거리는 동료들에게 외면당하지만, 이전 직장에서도 3개월 동안은 일 못해서 허우적거렸으니... 나 자신을 좀 봐주기로 하자. (ㅠㅠ)
사실. 이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가 '취재고자'였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걸기 전에 심호흡을 얼마나 했던지. 사실 인지도가 좀 적은 매체였기에 취재도 힘들었다.
"여보세요? 어디시라고요? 어디요?"
이 말을 한 두 번 들은 게 아니다. 심장은 쿠크다스처럼 부러졌지만 꿋꿋하게 내가 원하는 걸 받아내야만 했다. 극 내향. 극 소심인 나는 서서히 말라붙어 갔다.
흠. 큰 회사의 장점이 이런 건가. 여기서는 아주 다르다. 난 별 볼 일 없는 에디터지만 회사 이름을 등에 업자 임꺽정이 됐다.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내가 원하는 걸 이렇게 흔쾌히 주다니... 취재가 감격스럽긴 처음이었다. 이젠 전화가 무섭지 않다. 전화기에 녹음까지 된다. (하,, 녹음기 되는 전화가 이렇게 좋았던가)
회사 빽으로 일하는 게 사실 좋은 건 아니지만, 지금은... 편하고 참 행복하다. (회사 구내식당이 있어서도 좋고...ㅋㅋ)
9월 5일에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 10월 3일. 중순쯤에 월급이 들어온다 했는데... 손가락만 쫍쫍 빨고 있다.
첫 이직. 계약직이지만 만족한다. 카드, 영상 쪽 배우기엔 참 좋은 곳이다. 다음에는 또 다른 데 가면 되지. 이젠 나를 브랜딩 할 일만 남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