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탐험대 ep.05
아저씨 저는 7번 밥을 시켰는데 왜 1번 국수를 주신 거죠?
한 입도 못 넘기겠는데요? ㅠㅠ 인종차별 아니죠?
어젯밤엔 맥주를 마셨으니, 오늘은 반드시 아침에 밥을 먹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말레이시아 음식 중 겁나게 JMT인 나시레막(aka 땅콩밥)을 먹으러 올드타운 화이트 커피(말레이시아에서 유명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갔다.
아침은 밥이니까 밥!
올드타운 화이트 커피는 주문할 때 이렇게 주문 쪽지에 글로 써서 주문한다.
HS7: 나시레막 7번
WC1: 화이트 커피 1번
세트를 주문했다.
그 런 데.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음식이 나와버렸다. 이런 고동색 국수가...
국수를 보자마자 내 의지는 내 마음을 이렇게 위로했다.
그래 여행을 다니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거야. 새로운 문화체험 꺄올!
하고 먹어보기로 했다.
생긴 게 짜장면 같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역시 음식문화 차이 극복은 쉽지 않았다.
저 분홍색 맛살같이 생긴 건 내 입맛엔 지나치게 비렸고, 까만 소스는 간장 비슷한 맛이었으나 역시 비렸다. 회, 굴, 홍어 3 콤비와는 절교한 지 오래된 나에게 이런 해물맛 국수는 입을 망치로 퇑 때리는 충격이었다.
여행 다니면 24시간 웃으면서 살리라 결심했지만 인생은 결심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간신히 밀가루를 씹으며 한참을 고민했다. 왜 난 이런 국수를 받은 거지?
1. 아시아 여자라 인종차별당한 걸까?
2. 음식을 시킬 때 의사소통이 잘못됐나?
정답은 2였다.(아니어도 2라고 생각하고 싶다)
대체 어디부터 잘못됐나 싶어 영수증을 확인했더니
HS1로 돼 있었다.
억울했다. 대체 왜 내가 쓴 정갈한 7을 1로 읽은 것인가. 인생 선배님 네이버를 찾아가 설명을 들었다.
대체로 북미나 유럽에서는 7을 쓸 때 가운데 선을 하나 긋습니다
그 이유는 1과 7을 혼동하지 않기 위해섭니다
숫자 표기도 외국어라고 할 수 있죠
-네이버 선생님들 종합 답변
그러니까 내가 쓴 앞꼬리 긴 7을 그 사람(인도계처럼 보였다)이 1로 읽은 것이었다.
외국인은 왜 7 가운데에 선을 그을까?가 궁금해서 더 찾아봤다.
아라비아 숫자의 기원이다. 꺾인 각이 몇 개인지에 따라 만든 숫자라고 한다.
1은 한번 꺾였고, 2는 두 번, 3은 세 번, 이렇게 숫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7을 보면 가운데 선이 추가돼 있다. 문화에 따라 7을 저런 식으로 가운데 선을 유지한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는 게 아닐까(하는 명탐정의 추측이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7을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걸 전혀 몰랐다.
단지 북한 김정은이 7을 이렇게 쓰는 걸 보고 특이하다...라고만 생각할 줄 알았지.
문화에 따른 숫자 표기법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소심한 관종*을 소개합니다.
권귤의 사생활 -> https://www.instagram.com/soooyeon.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