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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Jul 10. 2018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왜 오토바이를 탈까?

쿠알라룸푸르 탐험대 ep. 04

부아아아아앙!!!


나: 야 위험해!!! 앞차랑 너무 가깝잖아

친구(말레이시아 사람임): 언제 브레이크 밟아야 하는지 내가 다아~ 알아

나:?? 엥? 앞차 옆 차 다 이렇게 운전하네? 사고 안나? 안 죽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친구 차를 타고 나오자마자 느낀 건. 말레이시아 이곳 ㅎㄷㄷ... 운전자들이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다. 한국에서 같으면 아찔한 상황으로 인식될법한 앞차와의 간격. 잠깐 고개를 돌리면 위험할 법한 그런 순간들. 이곳에선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교통상황이 용케 정상적으로 흘러가는 걸 보니,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순발력이 좋은 건지, 운전실력이 뛰어난 건지. 어떻게 저렇게 하는데도 사고가 안나지?

여긴 100km/h로 달리는 고속도로다


그런데 더 신기했던 건 고속도로에 있던 오토바이였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고속도로 타는 오토바이'가 이곳엔 즐비했다. 보통 맨 가(라고 하면 사투리니까 무슨 단어로 해야 하지 아 바깥쪽!) 도로는 오토바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왜 여기 사람들은 이렇게 오토바이를 탈까? 위험하지 않을까?


매일 출퇴근을 위해 편도 1시간, 왕복 2시간을 고속도로로 달린다는 친구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1. 톨비

말레이시아 고속도로는 톨비를 무척이나 자주 낸다. 한 번 낼 때 보통 2링깃(한국 돈으로 600원 남짓)을 내는데 말레이시아 물가로 치면 그렇게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쿠알라룸푸르 도심에서 1시간 떨어진 곳으로 나가는데 톨게이트를 6개나 지났다. 아 좀 달리는가 싶다... 하더니 또 톨게이트가 나오고, 또 나오고 이런 식이었다.


친구는 "아 비싸..."하고 투덜거리며 톨게이트에서 카드를 찍었다.


그런데!?! 오토바이는 이 톨비를 안. 낸. 다. 톨게이트를 자세히 보면 밖으로 빠지는 작은 도로가 있는데, 오토바이는 그곳으로 유유히 빠져나간다. 그래서 친구는 오토바이를 타는 게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아니... 고속도로 운전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오토바이 탄 사람들인데(이유: 자칫해서 치면 큰 사고 나니까 되게 긴장하게 된다. 가끔 곡예 운전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 그들은 왜 톨비를 내지 않는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저렇게 앞으로 외투를 입는 건 무엇때문? 현지인도 모르겠다던데? 저런사람 진짜 많이봤다.

2. 교통체증

말레이시아는 렬루렬루 교통체증이 심하다. 이유는 뭐 단순하게 말하자면 차가 많아서겠지만 내 생각엔 일단 도로가 격자형이라기보다는 구불구불 지형에 맞춘 자연형? 인 게 큰 요인이다.


또 말레이시아는 땅이 물러서인지 지하도를 많이 만들지 않았는데 대신 고가도로가 빽빽하다. 마치 사이버펑크틱한 도시인 듯 고가도로, 고가 모노레일 등이 하늘에 혼재돼 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왔다리 갔다리 해야 해서인지 몰라도 길 모르면 운전하기 어렵겠다 싶었다. (현지인 친구도 구글맵 보고도 왔다 갔다 이곳이 아니다리 다시 돌아갔다리 왔다리 했을 정도니까)

 왔다리갔다리해서인지, 모두가 혼란스러워서 왔던 길 또 가서 그런 건지, 고가도로로 빠졌다 들어섰다 그런 교차로가 많아서인지 출퇴근 시간이거나 금요일 밤이면 도심은 빽빽하게 차가 줄지어 있다. 정말 걸어가는 게 더 빠를 정도여서 금요일 밤에 친구와 나는 아예 포기하고 도심에 차를 대고 룰루랄라 걸어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교통체증에서 한 발짝 벗어난 운전자들이 있다. 이 글을 읽었다면 모를 리 없으시겠지만 바로 오토바이. 차들 사이를 막간다. 차에 앉아서 눈을 꿈뻑이고 있으면 정말 부러울 정도였다.


퇴근시간에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 교통체증에 걸려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아는 사람이면 모두 공감할 거다. 위는 배고프다고 쿵쾅거리고, 브레이크 밟고 있는 발가락은 저리고, 마침 화장실도 엄청 급한 상황. 그럴 땐 그냥 차문 열고 나가 뛰어가고 싶을 정도.


교통체증을 보니 아 말레이시아 살면(특히 도심) 나도 오토바이 하나 장만해야겠구나 싶었다. 현지인의 지혜랄까.


친구한테 "야 차 사이로 저렇게 다니다가 옆에 좋은 차 긁으면 어떡해?" 했더니 "조금 연습하다 보면 감이 와. 그럴 때 가지고 도시에 나오는 거지"라고 답한다.

3. 가오?(이건 내 생각ㅋㅋ)


친구는 지나가는 오토바이 좀 멋진 거(내가 보기엔 1도 모르겠는데. 그냥 우악스럽기만 할 뿐) 보면 입을 헤~하고 벌렸다. 머찌당...*@.@*하고.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타도 보통 90cc 정도 스쿠터 같은 오토바이 안타더라. 뒷바퀴 쪽 차체가 높이 들려서 날렵하고, 색깔은 파랑 빨강 까망 뭔가 있어 보이는 그런 오토바이가 주를 이룬다.


캡틴 아메리카 패션급인 보호장비도 필수다. 친구는 팔다리, 머리에 보호장비까지 두르고 오토바이를 탄다. 고속도로에서 어느 정도 안전을 담보하려면 그 정도 장비는 필수다. (물론 안 한 사람이 태반이지만)


마지막으로 타는 드라이빙 폼? 사실 이건 약간 날라리 뽕짝인 분들이 새벽에 시도하시는 것 같다. 마지막 날 새벽에 공항에 가는데 고속도로에서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슈퍼맨처럼 두 다리를 위로 들어 올리고 타는 걸 봤다. 난생처음 그런 곡예운전을 두 눈으로 본 거다.


그런데 그 광경을 마주치자마자 이 영상이 생각났다. 90년대 여의도를 질주했던 오토바이 날라리들. 바로 이 학생들처럼 오토바이를 타더라. 오토바이에 불법 곡예운전은 빠질 수 없지. 한국에도 그러니까.

이 영상 재밌음 꼭 보세요 ㄹㅇ 꿀잼 보장 4분 순삭보장 MBC는 뉴스도 참 재밌게 만들었어 지금보니까


지난해 태국 방콕에 가서 도시에 빽빽한 오토바이들을 보고 짐작했던 게 있다. '아 내 말레이시아 친구도 저렇게 오토바이를 타는 거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말레이시아를 와서 두 눈으로 직접 보니 달랐다. 많이 달랐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생활수준이 다르고, 오토바이 종류도 다르고, 도로 상황도 아예 달랐다. 아예 쌩판 다른 나라를 가지고 말레이시아가 이렇겠지라고 생각해버렸다니 내 수준 ㅇㅈ한다...(ㅈㅅ)


역시 지레짐작해서 내 맘대로 결론을 내버리는 건 위험한 일이다.


*소심한 관종*을 소개합니다.

권귤의 사생활 -> https://www.instagram.com/soooyeon.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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