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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Aug 25. 2016

짧은 유럽여행에서 배운 3가지

자꾸 생각나는 것들

숙소가 있던 파리 비얀코흐트(?발음 어려웡)

하루키가 그랬다. 소설 소재에 관한 이야기다.


"머릿속에 다양한 것을 그대로 척척 넣어두면 사라질 것은 사라지고 남을 것은 남습니다. 나는 그런 기억의 자연도태를 선호하는 것입니다.

...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한번 머릿속에 들어가면 그리 쉽게는 잊히지 않는 법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메모를 즐기는 나와는 다르다. 하루키는 하루키고, 나는 나니까.


왜 이 이야기를 했냐면,

여행을 끝낸 지 2달이 다 돼가는데 쉽게 잊히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어서다. 유럽. 런던과 파리를 아주 짧은 시간(7일) 다녀온 뒤 내 삶은 3가지가 변했다. (절대 '여행' 코드가 브런치에서 잘 먹혀서 쓰는 글은 아니다. <ㅋㅋㅋ> 그렇지만 노리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겠군)

비행기타러 가는 길. 인천대교와 태양

6월 말부터 7월 초, 약 8일간 유럽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유럽이냐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여름휴가 아니면, 언제 유럽을 가겠어. 비행기 값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참 잘 다녀왔다는 만족감이 크다. 여행은 언제 어디를 다녀와도 돈 아까웠다는 후회가 남지 않는 참 신기한 존재다.

런던에 도착한날 밤. 숙소를 어떻게 찾아가지 하면서 살짝 무서웠던 기억


유럽 여행을 다녀온 뒤 말하고 싶은 건 두 달이 지났어도 너무나 많다. 이 가운데 세 가지만 딱 소개한다. 여행 중에도 계속 곱씹었던 이야기다.


1. 운동을 해야겠다


딱 벌어진 어깨. 곧게 쳐든 턱. 적당한 근육에 건실한 두 다리. 유럽 남자 이야기냐고? 아니다. 유럽에서 본 사람들은 대체로 남녀 불구하고 건강한 신체를 자랑했다.


'유럽 인종은 아시아와는 다르잖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의견은 다르다. 내가 본 유럽인들은 운동을 즐겼다.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런더너. 잘찍혔는데...전해줄 방법이 없네(ㅜㅜ)

어느 평일 아침 8시쯤,

코벤트가든 길거리에 앉아 출근길에 나선 런더너들을 구경했다. 자전거 쌩~ 자전거 쌩~ 자전거자전거자전거 쌔애앵~~~ 수많은 자전거가 지나갔다. 내가 있던 이면도로에서 본 자전거 수는 차의 3배 정도가 됐다.


캐주얼 복장을 하고, 양복을 입고, 치마를 휘날리며, 심지어는 싸이클복을 빼입은 직장인도 봤다. 이들은 부지런히 페달을 밟고 회사로 향했다. 런더너들 다리에는 생활 근육이 차곡차곡 쌓였다.

내가 제일 좋아한 곳. Primrose hill

자전거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어디에서나 달렸다. 도심 한가운데서, 강가에서, 공원에서, 마을에서. 몸에 착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고 리드미컬한 조깅에 몸을 맡겼다.


혼자 뛰는 러너가 많았다. 뛰는 건 그다지 재밌는 운동은 아니기에 얼굴엔 지루함이 비쳐 보였다. 하지만 마치 '오늘도 살아가니까 운동을 해야 해. 힘들지만 당연한 거야'라는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길거리에서 본 유럽 여자들은 건강했다.  

얇고 가녀린 다리가 제일이라고 믿었던 나에겐 충격이었다. 이들의 건강한 다리, 튼튼한 어깨는 내가 봐도 멋있었다. 말이라도 한마디 나누면서 그 '생기'를 전달받고 싶었다. 운동으로 다진 건강함이 부러웠다.

나도 빠질 수 없지. 나도 건강한 다리를 갖고 싶었다. 그리고 어깨도 활짝, 고개도 빳빳이 쳐들고 다니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거창한 운동은 아니다. 여자들 사이에 유명한 'Miley Cyrus leg workout' 유튜브 영상이다. 17분 정도 되는 다리 근육운동인데, 지난해에 열심히 하다가 그만뒀었다.


다시 시작하면서 한 달 정도 꼬박 했다. 다리, 특히 멜렝하던 허벅지가 탄탄해졌다. 근육이 붙었다고 허벅지가 두꺼워진 건 아니다. 오히려 얇아지면서 탄탄해졌다고 해야 하나. 까먹지 않고 어깨도 쭉 펴고 다닌다.



몸을 가볍게 하는 근육이 곳곳에 붙었다. 건강해졌다.


2. 돈을 벌어야겠다


유난히 거지가 많았다. 파리에서는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엄마들을 많이 봤다. 아이는 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엄마는 절박한 얼굴로 그 옆에 있었다.


라데팡스 전철역이었다. 유난히 얼굴이 하얀 할머니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층으로 올라왔다. 낯빛이 새햐얘 기억에 남았다.


출구를 찾아 길을 헤매다가 그 할머니를 다시 마주쳤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얼굴이 하얀 게 아니라 창백한 거였다. 이곳에 큰돈 들여 여행 온 내가 미안했다.

과일 많이 먹고싶었는데. 가격이 꽤 나갔다.

돈을 벌어야겠다. 계속 마음에 남았다.

큰돈은 아니지만 누군가 절박할 때 밥멕여줄 수 있는 인간이 돼야겠다 다짐했다.


일단 지금 '수입 0'인 나부터 어떻게 해결해야겠다. 돈을 벌어야겠다. 얍!


3. 강아지를 예뻐해야겠다


헤밍웨이, 피카소 등 유명 예술가들이 드나들었던 파리 레뒤마고 카페였다. 1884년에 문을 연 150여 년 역사를 지닌 카페다. 파리에 여행 오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르고 싶어 하는 필수 관광코스 가운데 하나다.


멀뚱. 멀뚱. 머얼뚱~뚱얼머~


맞은편 아저씨 왼쪽 자리에 하얀 강아지가 앉아있었다. 비숑처럼 보이는 털이 보글보글한 강아지였다. 아빠, 엄마, 딸. 이렇게 세 사람에 강아지까지 모두 네 식구가 레뒤마고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강아지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꼼짝 않고 자리에 착석해 있었다.

저 뒤에 아저씨네 집이 강아지를 데려왔다. 강아지 키가 작아서 사진에선 안보인다. 아쉽

난 신기해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레뒤마고 직원들과 프랑스 사람들에게 이건 별일이 아니었나 보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광경이다.

길거리에서 만난 개 똥봉투

이외에도 버스, 지하철, 슈퍼...어디든 강아지들은 주인과 함께였다. 공원에서도 개들은 주인이 날씨를 즐기는 만큼, 배 널쭉하게 깔고 앉아 지나가는 바람을 누렸다.


계속 생각났다. 센(우리 집 강아지)한테 좀만 더 잘해줄걸. 이미 할아버지 된 우리 강아지, 어릴 때부터 좀 더 예뻐해 줄걸. 밖에도 자주 데리고 나갈걸.


한국에 돌아와서는 이틀에 한번 목욕도 시키고, 하루에 한 번은 꼬박꼬박 밖에 나가 산책도 시킨다. 그동안 못한다고 손사래 쳤던 귀 닦기도 매일 해준다. 피부병을 앓고 있지만, 자주 씻겨주니 보송보송해졌다. 게을렀던 내 탓인가하며 괜히 미안해지기도 했다.

누나 껌딱지, 센. 뭐 가끔 물기도 하지만...

저 멀리 유럽 대륙과 이 한반도 반려견 문화는 다르다. 어디가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는 개'도' 행복한 게 옳다고 주장할 거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이 어떻게 대우받는지 보면 알 수 있다" 간디가 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누나들 유럽여행 덕분에 우리 강아지가 행복해졌다.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고, 건강하고 더 활짝 웃어대는 우리 강아지에 가족들이 더 기뻐한다.


여행은 여러모로 나를 바꿨다. 두 달이 됐는데도 여전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걸 보면, 여행은 여러모로 대단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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