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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Oct 21. 2017

토론토 사람과 연애하는 법

[속보] 연애고자 토론토에서 플러팅 쇄도

"Hey, I think you are beautiful, Can I get your number?"
이 남자, 눈이 예쁘다. 옷도 깔끔하다. 인종은 다르지만 왠지 통할 것 같다.


토론토에 동생 없이 혼자 돌아다녔던 하루. 이날만큼 내 인생에 플러팅이 쇄도한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 연애고자로 지루한 솔로 생활을 이어가는 ㄱㅅㅇ, 캐네디언 덕분에 가까스로 자신감을 끌어올린 상태다. Thank you Canadian!


플러팅(Flirting): 추파 던지기


#1 Message request

인스타그램에 메시지가 떴다. 수상한 사람이나,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사람 메시지가 올 때는 바로 내 메시지함으로 들어오지 않고 '메시지 요청함'에 들어온다.

"Is it Soyeon or Sooyeon?"

"Are you a music producer?"

"Hey"

이들은 내가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찍은 인스타그램 사진에서 나를 발견한 것 같았다. 장소를 누르면 그곳을 태그해 올린 사용자들 사진이 주르륵 뜬다. 거기서 날 본 거다.

아무래도 한국이 아니기에 나도 마음이 열려 있었다. 답장을 보냈다.

"It's Soo yeon."

"No, I'm a news editor, writing articles."


(나머지 한 사람은 아무래도 이미지를 함께 보냈는데, 찜찜해서 읽지도 않았다. 가끔 페이스북 메시지함 들어가 보면 이상한 사진 보내는 변태들이 있다.)


이 두 사람은 무려 '내가 예쁘다' 언제 밥 한번 먹자고 했다.

"I think you are adorable and maybe we can have lunch this weekend?"

한 사람은 내게 글을 어떻게 하면 잘 쓰냐며 가르쳐달라고 주저리주저리 하더니

"Maybe go for lunch or dinner and talk more about your writing story..."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알아보고 싶어요.

내 마음은 어땠을까? 솔직히 내가 내일이 떠나는 날이 아니라면 바로 약속을 잡았겠다. 그러나 다음날이 귀국날. 나는 집에 갈 준비를 해야 했다. (물론 모든 걸 다 포기하고서라도 누군가와 밥을 먹을 순 있었겠지만... 난 대체로 넉넉한 시간이 편안한 사람이다.)


"Sorry, I'm going back to Korea tomorrow, so I can't."


초록색 조명이 음침하게 깔린 레스토랑에서 낯선 남자와 와인 한잔하는 로망이 있었는데... 그 기회는 아쉽게 보내야 했다. 슈퍼주니어 헨리(중국계 캐나다인) 같은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는데. 헨리가 날 기다리고 있었는데...


솔직히 기회를 가로막은 건, 촉박한 시간이 아니라 내 의지였겠지.

연애고자의 필수 아이템: 무의지&두려움
기대 / 현실


#2 마약 중독자다


이상한 사람이다.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천천히 걷는다. 짜증나...


지난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총기사건이 있었다. 동생집 가는 뒷길에는 마약에 취한 사람들이 취해 앉아있다. 이 사람도 안심할 수 없다. 짜증나...


500미터가 넘었다. 나와 같은 길을 걸은 지. 나는 일부러 걸음을 늦췄다. 그도 늦춘다. 짜증나...


드디어 방향을 튼다. 난 목숨을 건졌다. 그런데 그가 내 눈을 쳐다본다.

"Hey, I think you are beautiful, Can I get your number?"

어머, 이 남자. 눈이 예쁘다. 옷도 깔끔하다. 인종은 다르지만 왠지 통할 것 같다.

눈이 예쁘다. 마음에 든다.

그런데... 나는 솔직할 수밖에 없다. 씁쓸하다.

"Thank you for asking but, I'm going back tomorrow. So..."


역시 눈이 예쁜 남자는 포기가 빠르다. 눈에 약간 아쉬움이 비치지만, 순간뿐이다.

"Okay..."

다른 길로 꺾어 돌아간다.


한 번만 더 물어봤다면 모든 거 다 버리고 같이 밥 한번 먹으러 갔을 텐데. 역시 난 연애고자다.

연애고자의 필수 아이템 2: 용기 없어 놓치기


#토론토 사람들은 이렇게 만나는 걸까. 아니면 내가 이상한 사람을 마주친 걸까.


미국에서는 이렇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장소 태그에 관심하나 못 받던 동양인, 토론토에서 이렇게 사랑?받다니.


'외로움'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토론토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가족이 없어 외롭고 친구가 없어 외롭고 애인이 없어 외롭다.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마치 토론토에서 워킹홀리데이 하는 내 동생이 매일 내게 카카오톡을 보내듯이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누군가를 만나고 의지하려 한다. 애인을 만든다. 동성보다는 이성에게 내 속 이야기를 다 할 수 있고, 이성이기에 일말의 호기심과 관심이 있으니 관계를 이어나가기 쉽다.


바로 국경 너머 도시, 미국 버펄로는 달랐다. 버펄로는 거기서 태어나고 자란 백인, 흑인이 대다수다. 외국인은 대학교 근처에서나 볼 수 있다. 유학생들. 트럼프가 집권한 뒤에는 외국인 취업도 쉽지 않아, 유학생도 졸업하면 본국에 돌아가는 추세다. 그만큼 외국인이 없다. 동생이랑 버펄로에서 외쳤던 말이 있다. "여긴 백파!!!!" 백파가 뭐냐고? 백인 파티.

Hi autumn.


일단 만났어야 했다. 그냥 만났어야 했다. 제발

그날이 그 사람을 보는 마지막 날일지라도 커피라도 한잔하며 알아봐야 했다. 인연은 어디서 올 지 모르니까. 그리고 헨리 같은, 최우식 같은 남자를 만날지도 모르잖아?


만약 당신이 솔로고, 토론토에 간다면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그리고 이상한 남자도 분명히 있으니 조심하시길.(사방이 뚫린 곳에서 만나세요!)


연애고자에게 잠시나마 희망을 안겨준 캐네디언들 고맙습니다.


*소심한 관종*을 소개합니다.

ㄱㅅㅇ의 사생활 -> https://www.instagram.com/soooyeon.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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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어떻게 생각해요? 이것 좀 써봐요! 모든 문의는 -> kwonsu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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