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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Sep 17. 2017

제가 정상으로 보이세요?

찐따, 썅년 되기 #1

바닥만 보고 다녔다.

사람들과 얼굴 마주치기가 싫었다.


마주치면 인사해야 하고, 웃어야 하고, 말 걸어야 하고.


화장도 안 했다. 때때로 울었다.


그땐 그럴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남들이 보기엔 그냥 '찐따'였다.



대학원 중퇴 / 막 암 투병 시작한 아빠 / 4인 가구 수입 80만 원 미만 / 4년 만난 남자 친구와의 이별


앞이 깜깜했다.


무릎이 저절로 풀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빠와, 간병하느라 지친 엄마, 그리고 혼란스러워하는 동생 앞에서

나는 무너졌다.


어느 날 밤에는 울다가 호흡이 부족해 소파 위에 축 늘어져 헐떡였다.

힘들어하는 나를 다그치던 엄마는 나를 침대로 부축해갔다.

다음날 아침, 샤워를 할 때도 전날 통곡 후유증으로 머리가 띵했다.



그렇게 얼마를 살았지?

2년을 살았다.


밥 먹다 울고

잊을만하면 웃고

출근하다 울고

안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2016-2017년 겨울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이러다 내가 진짜 찐따 또라이가 되겠다 싶었다.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용기를 냈다.


"선생님, 제가 정상으로 보이시나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신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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