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스를 넘어, 다시 스윙을 시작하다

골프장에 담긴 열정과 회복의 시간

by 김수연


주말엔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골프 연습장에 다녀왔다.

그곳은 아들에게 아주 특별한 장소다.

9살 때부터 멤버십을 들고 다녔던 골프장이자,

16살부터 20살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청춘의 시간을 보냈던 곳.

말하자면, 아들의 10대가 고스란히 담긴 장소였다.


뉴질랜드는 주니어 골프 회비가 비교적 저렴해

1년 치를 내면 언제든지 연습할 수도, 라운딩을 돌수도 있다.

게다가 그 골프장은 우리 집에서 차로 5분 거리.

좋은 환경과 가까운 위치 덕분에 아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을 했다.

학교 시간 외엔 온통 골프에만 몰두했던 시절.

방학 때는 아침 가장 먼저 골프장에 도착해,

해 질 때까지 마지막으로 떠나는 연습벌레였다.


프로 선수를 꿈꾸던 아들은 그렇게 초등학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정말 온 마음을 다해 골프에 매진했다.

그러나 열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그 꿈은 결국 내려놓아야 했다.

입스( 골프에서의 갑작스러운 스윙 장애)라는 시련이 찾아왔고,

그 이후로 아들은 골프를 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는 아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안겨줬다.

수많은 어른들과의 대화 속에서 배운 삶의 태도,

골프카트 닦기, 클럽하우스 서빙, 공 닦기 같은 아르바이트 경험,

그리고 그때 벌어들인 돈으로 스위스 교환학생 생활과

스웨덴에서의 체류까지 스스로 해낸 독립적인 삶.


아들은 그 시절을 통해 자립심을 길렀고,

우리는 부모로서 매일 도시락을 싸고, 데려다주고, 기다리고,

시합을 따라다니며 아들의 10대를 함께 걸었다.

그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골프장에

오랜만에 함께 들어서니, 마음이 참 묘했다.


시설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아들이 골프를 그만둔 이후 나 역시 발걸음을 끊었기에

거의 몇 년 만에 찾은 그곳.

그런데도 공기엔 여전히 그 시절의 열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아들은 여전히 멋진 자세로 골프채를 쥐었고,

스윙하는 모습은 전문가처럼 세련되어 있었다.

내가 뒤에서 찍어준 영상을 앱으로 분석하며

자신의 자세를 스스로 피드백하고 고치는 모습에

나는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


“민기야, 정말 멋있다.

예전처럼 정확하고, 자세도 프로 같아.

이렇게 자기 스스로 피드백하고 고치는 모습, 너무 대단해."


다음날, 아들은 골프 친구와 약속이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기쁜 목소리로 내게 전화가 왔다.


“엄마, 오늘 입스 한 번도 안 왔어!

골프가 정말 잘 됐어.

이제 나 좀 괜찮아진 것 같아!”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뻔했다.

전날 내가 건넨 작은 칭찬 한마디가

이렇게 아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줄은 몰랐다.

오랫동안 아들을 괴롭혔던 입스가

마음의 응원과 격려로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봐, 민기는 해낼 수 있는 사람이야.

마음 깊은 곳의 너를 믿어."


그날 이후, 우리는 더 자주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엄마, 오늘도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밥 해줘서 고마워.”

“대화해 줘서 고마워.”


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감사의 말을 전하는 스위트한 청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날도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는 조용히 성경을 펼쳤다.

그리고 일기장에 적었다.


“주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 아이의 성장 속에서 저도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통해, 사랑하는 주님을 더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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