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그리고 일기의 힘

by 김수연


나는 오랫동안 일기를 써왔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답답한 마음이 차오를 때마다, 글은 나를 붙잡아 주는 힘이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나는 매일 글을 썼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자란 아들은 대학생이 되어 비로소 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글을 통해 마음을 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법을 배워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안심했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는 글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우리 집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네 달 된 아들을 품에 안고 이사 온 날부터 시작된 추억들이 곳곳에 배어 있다. 처음 이를 뺀 날, 유치원에 가던 날, 교복을 입고 학교에 들어서던 순간, 첫 골프채와 첫 스키, 그리고 작은 어항 속 물고기를 키우던 기억까지. 나 또한 부모가 되어 어른으로 성장한 수많은 첫 경험들이 이 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겨울밤, 불빛과 촛불 속에서 나눈 대화들, 여름이면 아웃도어 덱에서 즐긴 식사와 웃음소리. 이 집은 늘 우리 가족의 이야기로 따뜻했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은 일기 속에 기록처럼 남아 우리 삶을 단단히 묶어주었다.


돌아보면 이 집은 하나의 일기장이었다. 아이의 성장과 나의 성장이 함께 적힌 책이자, 앞으로도 새로운 설렘과 경험을 안겨줄 공간. 나는 안다. 시간이 흘러도 이 집은 여전히 우리에게 살아 있는 기록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