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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이빌리지 Oct 13. 2023

나도 모르게 우월감에 빠질 때

내가 틀리지 않아도 그전에 생각해야 하는 것들

 나도 모르게 맞고 틀리고에 집중하다 보면 우월감에 빠질 때가 있다. 우월감에 빠지면 분명 무엇가를 놓칠 것이다.

 주차를 하다보면 주차장에 '전면주차 부탁드립니다' 라는 문구를 종종 봤을 것이다. 전면주차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잔디를 보호해 달라는 것이다. 자동차의 매연으로 식물들이 고통을 받기 때문 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매연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전면주차를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예전의 나는 전면주차 문구를 무시하고 후면주차를 해왔다. 그러나 그 생각이 바뀌는 사건이 생겼다.

 어느 날 이모네 집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주차를 하다가 '전면주차 해주세요. 잔디가 아파해요.' 라는 문구를 보았다. 하지만 난 전기차를 타고 다니기에 후면주차를 했다. 그리고 전면주차보단 후면주차가 더 편하기도 했다.

 내가 후면 주차를 하는 모습을 경비원이 보자, 나에게 다가와 후면주차를 권유 하셨다. 나는 경비원께 이렇게 물어보았다.

 "혹시 잔디 보호때문에 전면주차를 해달라는 걸까요?"

 경비원께서는 그렇다고 대답을 했고 나는 논리적으로 경비원께 말했다.

 "제차는 전기차라서 매연이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후면주차를 해도 잔디에는 아무런 영향이 가질 않을 거에요."

 하지만 경비원께서는 그래도 안된다면서 말을 듣지 않는 나에게 언성을 올리기 시작하셨고, 나또한 기분이 나빠서 언성을 올렸다. 경비원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설득되지 않는 것을 느껴 그냥 경비원을 무시하고 내 볼일을 보러 갔다. 경비원과 나는 전면주차때문에 서로 기분이 나빴고 서로 이해 하지 못했다. 그 자리를 벗어나며 나는 생각했다. 

 '내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내 말에는 틀린 말이 없었는데.....'

 그렇게 전면주차에 대한 첫번째 경험이었다. 

 며칠 뒤 다른 일정때문에 주차장을 이용하게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느낀 것은 모든 차들이 전면주차로 주차 되어 있었다. '이상한 주차장이네' 라는 생각과 함께 그 분위기를 무시하고 나 편한데로 후면주차를 시도 하고 있었다. 그때 주차장을 관리하시던 분께서 나에게 전면 주차를 해달라고 요청을 하셨다. 나는 저번이랑 마찬가지로 똑같은 논리로 설명을 드렸지만 관리원께서는 나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전면주차 해주시면 안될까요? 저희 주차장은 모두 전면주차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대라도 후면주차가 있으면 사람들이 저희 룰을 잘 따라주지 않더라고요."

 나는 웃으며 말씀해주시는 관리원의 말을 듣고 마지못해 전면주차로 주차를 했다. 관리원분께서는 감사하다는 표시를 보이셨고 나또한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문득 '불화합'이라는 생뚱맞은 단어가 떠올랐다. 주차장 안에서는 룰이 존재했고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논리로 룰을 어기려고 했다. 나의 기준을 두고 말이다. 

 관리원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룰과 다르게 나혼자 후면주차를 한다면, 전면 주차의 룰은 아마 깨질 것이다. 내가 어떤 논리를 가지고 있더라고 나의 선택은 나만을 위한 것이고 그룹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후면 주차된 차를 보고 '후면주차를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룹안에서 룰이 존재하지만 한 두명이 그 룰을 어기다보면 다른 사람도 룰을 어길지 모른다. 

 회사든 그룹이든 단체든 같은 방향을 가게되면 비록 틀린 논리가 존재하더라도 우선적으로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나는 맞고 틀리고를 따지면서 얼마나 많은 부자연스러움을 일으켰을까? 그냥 룰을 따라주면 되는데 난 왜 따르지 않았을까?

 사실 룰을 따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첫번째 경비원의 요청을 '그냥 들어주면' 어느 누구도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청을 들어준다고 나에게 그다지 손해 보는 일이 아니었다.

 아마 맞는 말을 함으로서 우월감을 느껴보고 싶었을 것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우월해지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가 있다. 만약 경비원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었다면 난 무엇을 놓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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