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지난 1년을 활자로 남기는 동안 내 1월이 사라졌다. 마지막 엔터를 누르고 책상 저 끝 서류 더미에 밀린 새 달력을 치켜보니 벌써 1월의 반이 훌쩍 지나 있더라. 따가운 내 눈빛에도 달력이 타버리지 않은 건 다행히 오늘이 급여일이기 때문이겠지. 귀여운 금융치료가 찰나 스치고 그사이마다 채워지는 억울한 이 마음. 가득 차오르기 전에 어디서든 빼앗긴 1월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겠다.
오랜만에 정시 퇴근을 하고 재빠르게 회사 건물 밖으로 나와 굳이 번화가로 넘어간다. 목적지는 번화가 중앙에 새로 문을 연 꽃집. 이미 활짝 피어있는 것보다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하려는 어린 꽃들과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이 많은 버터플라이 한 단을 집어 든다. 그리고 같이 꽂아 둘 하얀 안개꽃까지. 몇 가지 되지 않은 꽃들을 간단하게 묶어 집으로 돌아간다.
아직 청청한 꽃봉오리들까지 만개하고 나면 빼앗긴 1월에 대한 보상이 될까. 줄기마다 무성한 이파리들을 정리하는 동안 코끝에 풍기던 짙은 풀내, 윤기 나게 싱그럽던 색깔, 빙긋이 웃음 어리던 내 입가가 떠오르는 걸 보니 이미 조금은 회복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솜씨 없는 사람을 만나 화병도 아닌 찬장 깊숙이 있던 텀블러 속에 담기어 하얀 시폰 머리끈까지 우습게 두르고 흐드러진 나의 남은 1월. 아직 완전한 보상은 받지 못하였으니 서둘러 시들지 말고, 싱싱하게 오래 남아있어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