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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Jan 16. 2022

카멜레온


낮이 밝았던 만큼 밤은 어둡기 마련이다. 선하고 밝았던 모습 이면에 사람들이 모르는  다른 모습도 어딘가에는 존재하겠지.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방어하듯 만든 가면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현명하게 살아보겠다고 상황에 맞는 가면을 매번 바꿔 쓰며 살고 있기도  것이다.


카멜레온은 위험한 정글에서 살아남으려고 주변 환경에 맞게 자신의 색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모든 카멜레온이 다 그렇게 사는 것일까. 어떤 카멜레온은 그저 오늘 기분이 좋아서, 오늘은 파란색이 마음에 들어서 그 색을 몸에 두르지는 않았을까.


가면의 용도가 이 사회에서 현명하게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면, 나는 그냥 내 기분에 따라 마음에 드는 색의 가면을 쓰며 살아가고 싶다. 네모난 바퀴도 굴러가기는 한다. 처음엔 삐거덕거리고 퉁탕거리겠지만 굴리려고 노력하다 보면 각진 모서리도 얼추 둥글게 변하지 않을까. 당장 눈앞에 닥친 힘듦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잠깐의 불행을 인생 전부로 데려오지 말자.


고생했던 시간은 자양분이 되어 분명 어딘가에 잘 쓰일 것이다. 물론 백기 들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도망친 그곳은 과연 평화로울까. 도망치기 전에 미친 척 청기 백기 다 들어보기는 하자. 현명하게 살아보겠다고 매번 다른 가면으로 바꿔 쓰는 것조차 피로하다. 구색을 갖추지 말자. 이 색깔도, 저 색깔도 모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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