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순실,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1988)
3년 전에 읽은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서는 부부의 이별을 함께 마시던 위스키 병의 수로 함께한 햇수를 헤아렸고, 그중에서도 가장 귀한 술 몇 병으로 둘의 화양연화를 떠올리게 했다. 이 노래를 만든 이장희 선생님은 아내와의 이별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안쓰러운 당신들의 상황을 어떤 단어로도 터뜨리지 못하면서,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라며, 처연한 멜로디와 노랫말로 그때의 감정을 표현했다.
음악은 조용한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 곡에 몰입이 깊어질수록 마치 눈앞에 무대의 막이 오르는 듯했다. 장르는 뮤지컬, 인터미션 직전 2막의 마지막 넘버. 검고 붉은 조명, 얄포롬한 침대 커튼 사이로 로브를 아무렇게나 걸친 무대 위 배우. 진했던 화장이 유분에 번져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 낯빛으로 무대를 이리저리 휘적이는 장면. 허공에 손을 뻗었다가, 고개를 내리 젓다가, 바닥 친 기운을 끌어모아 처절히 노래하는 한 여자를 객석에 앉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4분 42초 동안의 정리되지 않은 한 사람의 토로가 서서히 멎어가고, 진동만 남은 스피커에서는 정적이 이어졌다. 그들의 사랑은 과연 이별로 잘 맺어졌을지, 그이는 한 번 더 미련의 말을 건네러 갔을지, 그 결말을 궁금해하는 찰나―또 다른 곡이 흘러나왔다.
조용한 음악파티_에디션 서촌
인왕산 대충유원지 X 차우진 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