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phi Perich Apr 11. 2023

정말로, 괜찮다

언제나, 늦지 않았다.




이십 대, 삼십 대를 지나고

한 달 전에 마흔 살이 되었다.


나에겐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숫자.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어른의 나이.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열네  무렵의 나를.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다섯 번도 넘게 읽으며

눈물짓던 순수했던 나를.


그때의 꿈을 모두 잊어버린 나는

정말 치열하게 이십 대, 삼십 대를 지나왔다.


한국에서 14년을 간호사로 일하고

정말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미국에 온 지 햇수로 7년.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이제 내 꿈을 이뤘다고

더 이상, 그렇게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그런데

마흔 살 생일을 지나며

늘 마음 한편에 숨어 있던

열네 살의 어린 내가

톡톡,

어깨를 두드렸다.


작가가 되고 싶어 눈물짓던 밤들

매일 책을 읽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던

그런 어린 시절의 내가

톡톡,

어깨를 두드렸다.


나의 경험이 이만큼 쌓이라고

나의 생각이 이만큼 깊어지라고

나의 시야가 이만큼 넓어지라고


여기까지 왔구나.


열네 살의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직업을 갖고

열네 살의 나는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살며

나의 삶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라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나의 삶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라고


여기까지 왔구나.


그러니, 괜찮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의 삶의 경험들이

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 테니.


언제나

늦지 않았다.



도서 구입: 종이책 & 전자책 종이책은 빠른 배송이라 웹사이트에 보이는 것보다 빨리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당일배송 또는 1 ~ 3일 이내로 바로 발송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