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이 유치하다고? 너 지금 진심이야?

8. 내 남편의 취향과 취미, 여섯 살 연하 미국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by Sophi Perich


나와 신랑은 취향이 많이 다르다. 식사부터 운동, 잠자는 습관까지 거의 모든 것이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이 다르다.

예를 들면, 나는 그때그때 마음 가는 데로, 집에 있는 걸로 대충 먹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반해, 신랑은 하루 동안 먹을 식사는 이미 그 전날 대부분 결정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정확한 칼로리와 영양소를 섭취한다. 운동 같은 경우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을 때, 필요할 때 하는 반면, 신랑은 세부적인 계획에 따라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잠자는 것도 마찬가지, 나는 피곤하면 늦게까지 늦잠을 자거나 한 번씩 낮잠을 자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신랑은 거의 매일 새벽 5시에서 5시 반에 기상을 하고 낮잠을 자면 밤에 잠을 못 잔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아무리 피곤해도 낮잠을 자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여행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신랑은 낯선 곳으로 여행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만나고 이곳저곳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연애 초창기만 해도 어디 여행 가자고 말하는 것이 겁이 날 정도로 달가워하지 않았었다. 여행을 가서도 대략적인 여행 일정을 짜고 나머지는 여행지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신랑은 모든 일정과 계획을 철저하게 미리 세우고 여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미국에서 한국까지 와서 6년을 살았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다른 우리가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땐 맞지 않는 나사를 끼우듯 사소한 결정에도 삐걱거리고 덜컹거렸었다. TV를 보는데도 선호하는 장르가 다르다 보니 각자가 보고 싶은 걸 보자고 아웅다웅하기도 했었고, 레스토랑을 가는데도 먹고 싶은 음식이 달라 합의점을 찾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리기도 했었다.

특히 TV 같은 경우엔 지금은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서로가 보고 싶은 걸 같이 보기도 하지만, 처음엔 괜히 옹졸한 마음에 내가 신랑의 취향을 본의 아니게 업신여기기도 했었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왕좌의 게임이다.

2016년, 신랑에게 청혼을 받고 살림을 합쳤을 때였다. 2016년 4월에 왕좌의 게임 시즌 6이 나왔는데, 신랑은 시즌이 나오기 전부터 산책을 나가기 직전의 강아지처럼 들떠서 몇 주 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했었다. 당시 왕좌의 게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었던 나는 그렇게나 들떠있는 신랑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도대체 뭔데 그렇게까지 흥분을 해?"
"게임 오브 뜨론을 몰라?"
"몰라."
"모... 몰라?!!!"

그때부터 신랑의 찬양과 비슷한 설명이 이어졌고 꼭 봐야 한다며,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라며 자신이 시즌 1부터 모두 다운로드해 주겠다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판타지 전쟁물은 안 좋아해. 유치해."
"유... 유치?? 게임 오브 뜨론이 유치하다고? 너 지금 진심이야?"

내가 얼마나 꽉 막힌 시야로 신랑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고 떠들어댔는지 지금은 너무나도 잘 안다.

2018년, 영어 시험에 통과하고 병원 입사 전에 여유 시간이 있을 때였다. 신랑의 지속적인 회유에 넘어간 나는 못 이기는 척 왕좌의 게임 첫 번째 에피소드를 보았다. 그 후, 매일 8시간, 일주일 내내 왕좌의 게임만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게 있었다니... 내가 감히 판타지 전쟁물이라고, 유치하다고 말했었다니... 뼛속까지 후회가 되도록 진심으로 너무 재미있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신랑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신랑의 취미생활이다. 바른생활 사나이의 표본인 신랑의 취미는 바로 비디오 게임과 레고 조립이다. 다들 그렇듯, 바쁘고 스트레스 많았던 주중을 보내고 나면 주말엔 편하게 쉬고 싶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기 마련이다. 신랑도 마찬가지이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임만 하고 싶어 한다.

"주말에 우리 별다른 계획 없지? 나 이번 주 주말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게임만 하고 싶어. 그래도 괜찮아?"

처음엔 하루 종일 비디오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신랑이 조금 철없게 보였었다. 비디오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무의식적 편견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런 나의 반응에 신랑이 서운한 듯 말했었다.

"내가 어디 가서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도 아니고, 취미라고 하나 있는 게 비디오 게임인데 그걸 왜 안 좋게 보는 거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매일 몇 시간씩 게임을 하는 거면 문제가 되겠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이렇게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게 그렇게 이상해? 난 단 한 번도 네 취미에 대해 좋다, 나쁘다고 판단하거나 얕본 적 없는데.. 너는 왜 그래?"

신랑의 말이 맞았다. 내가 취미로 뜨개질을 배울 때 신랑은 어떤 뜨개 실은 어디에 가면 판다더라, 어떤 가게에 가면 뜨개 실이 몇 프로 할인 한다더라, 어떤 패턴으로 뜨면 이렇게 할 수 있냐, 나무 뜨개바늘과 금속으로 된 뜨개바늘 중 어떤 게 쓰기 편하냐 하는 등, 내 취미생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바빴지, 단 한 번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기 한참 전인 작년 4월 말, 판타지 소설 하나를 쓰기 시작했는데 하루 종일 앉아서 글을 쓰는 내게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한다며 비난을 하기는커녕, 더 편하게 취미생활을 하라며 새 책상과 의자를 사주기도 했었다.

독학으로 코바늘을 터득한 지 1주일 만에 완성한 조잡하고 형편없는 장갑을 7년이 지난 지금도 겨울마다 끼는 것도 신랑이었고, 1년 넘게 혼자 적고 있는 판타지 소설의 전개 사항이나 반전, 등장인물에 대해 속속들이 물어보며 지속적인 격려를 해주는 것도 신랑이었다. (이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언젠가 세상에 내 보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상당한 수정과 편집이 필요하지만, 웹소설 기준으로 지금까지 약 200화 정도의 분량을 썼다. 제법 재미도 있어서 언젠가는 웹소설 사이트에 연재를 해볼 생각이다.)

내가 신랑에 비해 얼마나 생각이 짧은 인간인지 알아차리고 난 뒤엔, 나도 신랑의 취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신랑이 하는 게임이 어떤 스토리로 적과 싸우는 것인지, 신랑의 캐릭터가 가진 파워가 무엇인지, 새로운 게임의 캐릭터를 꾸밀 때면, 그 코 모양이나 눈 모양은 이상하다, 그런 망토는 너무 양아치 같다 하는 것들로 나름 그의 취미생활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두 눈을 반짝이며 설명을 하는 신랑을 보고 있으면 내 작은 관심에 저렇게나 좋아하는구나 싶어 몽글몽글 행복감이 솟아오른다.

신랑이 게임하는 걸 보다 보니 흥미가 생긴 데다, 신랑이 좋아하는 걸 나도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에 약 3년 전, 나도 비디오 게임에 입문을 했다. 복잡하고 싸움이 많은 게임은 스트레스만 더 야기해서 차분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Animal Crossing (동물의 숲)이라는 닌텐도 게임이다. 신기하게도 게임을 하고 있으면 끊임없이 잡생각으로 들끓던 머릿속이 차분해지고, 마음도 안정이 되었다. 신랑의 말대로 제법 재미도 있었다. 과일 따고, 물고기 잡는 게임이 뭐가 재미있냐 싶겠지만 은근 힐링이 되는 데다 캐릭터들도 너무 귀여워 지금까지도 한 번씩 이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이제는 신랑이 스트레스로 힘들어할 때면, 되려 내가 신랑에게 게임 휴가를 주기도 하고, 새 레고 세트를 사러 가자고 부추기기도 한다. 몇 해 전, PS5가 나왔을 때, 그 엄청난 경쟁과 서버 다운의 장벽을 뚫고 주문에 성공한 것도 나였으니 내가 얼마나 신랑의 취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예전의 나처럼 꽉 막힌 시야로 무조건 싫다고 말하기 전에 배우자의 취미를 함께 해 보길 바란다. 혹시 아는가. 나처럼 내가 몰랐었던 것들에 흥미를 가지게 될지. 잘만 하면 당신의 배우자와 공통 관심사가 생기는 것이니 더 좋지 않은가. 물론 배우자의 취미 생활이 육체적으로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그런 것이라면 예외겠지만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당신의 파트너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신랑에게 배운 일곱 번째가 바로 상대방의 취향과 취미를 존중하고 그것에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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