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쯤, 친구와 체코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코젤 다크 생맥주를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첫한 모금을 마시곤 진심 충격을 받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지금보다 더 술에 대해 몰랐었던나는, 흑맥주는 독하거나 기네스처럼 묵직한 느낌이 있을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코젤의 부드러운 목 넘김과 독특한 맛, 은근히 퍼지는 캐러멜 향에 처음으로 술이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의 인생 맥주가 된 코젤은 늘 냉장고에 한두 캔씩 비상식량처럼 비축되어 있었다.
미국으로 이민 오고 난 뒤, 코젤을 사려고 주류 판매점(Liqure Store) 여러 곳을 이 잡듯이 뒤졌다. 나름 유명한 맥주이고, 한국에선 쉽게 구할 수 있었으니 당연히 미국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겠지 했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이곳에서 코젤을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주류 판매점 직원들한테 물어봐도 잘 모르길래 인터넷으로 폭풍 검색을 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 곳을 겨우 찾기는 했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맥주를 마셔야 되나 싶은 생각에 주문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무스 드룰(Moose drool)이라는 맥주를 접하게 되었는데, 재미있는 이름 때문에 호기심에 한 번 마셨다가 현재 나의 최애가 된 맥주이다. 완전 다크 비어는 아니고 브라운 에일인데, 코젤처럼 가벼운 목 넘김에 적당하게 쓴맛까지, 딱 내 취향이었다.
며칠 전, 할로윈이 생일인 조카 생일 파티에 갔었다. 파티에서 무스 드룰을 한 캔 마시고 집에 돌아와 아쉬운 마음에 혼자서 반 캔을 더 마셨다.
미국에 온 뒤로 반 강제적으로 혼술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상당히 매력적이다. 혼자서 조용히 술을 마시다 보면 내 내면의 목소리에 더 집중하게 되고, 현재 나의 고민거리나 삶의 방향을 더욱 명확하게 직시하게 된다고나 할까?
맥주 1.5캔을 마시고 약간 알딸딸해지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오고 또, 나이가 마흔이 되고 보니 인간관계가 더 좁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
나의 선택으로 끊어낼 곁가지들을 잘라내고, 일부러 좁게 만든 부분도 있지만 말이다.
이곳에서 가깝게 지내는 친구라고 해봐야 신랑과 시댁 식구들,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들이 전부라,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친척들이 그리울 때가 많다. 종종 영상통화를 하지만 그게 또 다르지 않은가.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20대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들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인연이 과연 몇이나 되나. 그런 쓸데없는 사람들에게 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많이 낭비했었구나.
기를 쓰고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는데 지나고 보니 전부 쓸모없는 헛수고였다는 생각.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보니 내 시야와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타인이 아닌 가족으로 먼저 향하게 된다는 생각. 그렇지만 그 좁아진 시야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이가 들면서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