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과 하이볼(Highball)

외로움

by Sophi Perich


어제 시누이들과 걸스 나잇을 가진 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연예인들 가십거리를 늘어놓던 시누이는 자신의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좋아했던 연예인이나 노래 같은 것들도 중간중간 이야기했었다. 다른 시누이 2명도 미국인이니 서로 맞장구를 치며 좋아했다.

소외감이 들었다.

나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그런 이야기할 수 있는데...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가 한창 좋아했던 H.O.T 이야기도 하고, 가물거리는 기억을 끄집어 내 노래도 같이 부른다. 그때 유행했던 Y2K 패션, 015, 012로 시작하던 삐삐, 학교 다니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학교 선생님들 이야기도 한다. 그 시절을 함께 지내온, 그 대단했던 90년대와 2000년대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는 그런 공통분모가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 이민 오고 난 뒤 어딘가 모르게 늘 외롭다고 느끼던 것들이 어제 시누이들과 만나면서 더욱 짙어졌다.

7년 전, 처음 미국으로 이민 왔을 때 누군가가 그랬다. 한인 모임 같은데 가입을 하거나 한인 교회를 가라고. 솔직히 말해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그런 모임에 가입을 해야 하는 것이 이해도 되지 않았고 달갑지도 않았다. 미국까지 와서 왜 굳이 한국 사람들을 만나야 하지? 나는 한국 사람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내 친구들과 가족들이 그리운 건데?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가오는 인연을 막을 생각은 없지만, 내가 억지로 찾아내 인연을 맺고 싶은 마음은 없다. 불교인 내가 종교까지 바꿔가며 한인 교회에 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말이다. 물론, 내가 사는 둘루스에는 한인 모임도 없고 한인 교회도 없지만.

처음 직장에 입사했을 때의 어색함,
연인의 친구나 가족을 처음 만났을 때의 서먹함,
모르는 사람들과 어떤 이유가 되었든 함께 식사를 해야 할 때의 불편함.

이런 비슷한 감정을 이곳에선 거의 매일 느낀다. 잘 아는 시댁 식구들,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직장 동료들임에도 불구하고 어색하고, 서먹하며, 가끔은 불편하다. 이것은 혼자라서, 친구가 없어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가지는 외로움과는 결이 다른 외로움이다.

내가 사는 곳이 나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 나와 피부색도 다르고, 쓰는 언어도 다르며, 완전히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공존해 살아간다는 것, 나의 과거의 추억이 이곳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

인간관계에서 오는 외로움이 아닌, 아주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이유에서 오는 외로움이다. 너와 나의 뿌리가 다르고, 살면서 경험한 역사가 다른, 매우 원초적인 이유의 그런 외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의 선택으로 이곳으로 왔고 한국으로 돌아갈 마음은 여전히 없다. 그래도 외로운 것은 외로운 것. 이 소외감은 아마 평생을 미국에 살아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내 뿌리와 역사는 한국에 있으니 말이다.




이틀을 연달아 술을 마신다. 오늘은 삼겹살을 구웠다. 삼겹살엔 소주지만, 어제 와인을 마신 데다, 아직 소주를 마실 용기가 나지 않아서 하이볼을 만들었다. 하이볼은 만들기도 쉽고 맛있기도 해서 자주 만들어 마시는 편이다.



내 마음대로 레시피는 위스키 1 oz, 칵테일 시럽 1 oz, 약간의 레몬즙을 넣어 섞어준 뒤 얼음을 넣는다. 그리고 스파클링 워터를 부어 다시 잘 섞어준다. 아래 사진과 같은 계량컵이 없다면 그냥 숟가락으로 위스키 두 스푼, 칵테일 시럽 두 스푼을 넣어주면 된다.


그동안 하이볼을 많이 만들어 먹어서인지 1년 반 만에 위스키 한 병을 거의 다 비웠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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