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과 우동, 두 그릇에 고작 오천 원 남짓

11. 나의 10살(_2). 나는 버림받은 아이였다.

by Sophi Perich


마산역 새벽 시장에 쌀을 팔러 갔던 할머니가 버스를 타고 아빠의 가게를 찾았다. 인감도장을 가지고 사라졌던 아빠와 언제, 어떻게 다시 연락이 닿았는지 나는 알지 못했지만 할머니는 아빠의 가게를 몇 번 와본 듯 가는 길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갑자기 나를 끌고 나타난 할머니를 본 아빠가 정색을 하며 대뜸 소리를 질렀다.


"연락도 없이 만다꼬 또 왔소? 요가 오데 오고 싶을 때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와도 되는 덴 줄 아소? 미리 연락을 주든가!!"


할머니는 내 손을 잡아끌고 조잡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시장 구석에 있던 아빠의 가게는 나무로 된 좌판을 바닥에 깔아놓고 별의별 걸 다 팔고 있었다. 땅을 담보로 그 많은 돈을 빌려 가서 차린 것치고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가게였다.


"와? 내가 못 올 데 왔나? 이기 니끼가? 이 가게도 붙어 있는 집도 전부 다 내하고, 니 아부지 돈으로 샀는데! 우째서 이기 니끼고?"

"씨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능교!!"


두 사람의 실랑이에 방 안에 있던 여자가 밖으로 나왔다. 가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색감의 옷을 입은 여자는 할머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곤 옆에 서 있던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할머니는 과하게 큰 침대 때문에 방안에 제대로 앉을 자리도 없는 것을 확인하곤 가게 안에 있던 작은 테이블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니가 진 빚 때문에 역전에 가서 또 쌀팔고 왔다. 2시 기차 때까지 시간 있응께, 중국집에서 점심 시키바라. ㅇㅇ이는 짜장면, 내는 우동."


아빠가 신경질적으로 혀를 찼다.


"역에 가서 사 묵고 가소!"

"시키라! 내가 그 정도도 니한테 못 얻어 묵나? 니가 내팽개친 딸내미도 내하고 니 아부지가 키우고, 니가 진 빚도 우리가 다 갚고 있는데 니한테 내가 점심 한 끼도 못 얻어 묵냐 이 말이다!!"


옆에 선 여자의 눈치를 보던 아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딸이 오데 있다고 그라요? 저거는 내 조카지. 오데서 내 딸이라 카요?"

"조카라꼬? ㅇㅇ이가 니 조카라꼬? 그기 지금 말이가, 방구가? 딸내미가 듣는데서 그기 지금 할 말이가!!!"

"이 할마시가 노망이 났나!!"

"그래, 좋다! 그라모 니 애미랑 조카한테 점심 한 번 사바라. 불쌍한 니 애미하고, 니 조카한테 점심 한번 사바라 이 말이다!!!"


할머니는 작정을 한 듯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쳐가며 가게 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고함을 질렀다. 아빠는 입에도 담기 힘든 험한 욕을 하며 가게 밖으로 나가버렸고 어물쩍대던 여자도 아빠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한 시간 넘게 그곳에 앉아 있었다. 아빠는 몇 번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빨리 가라며 재촉을 했고 나중에는 할머니를 살살 구슬리기까지 했다. 옆에서 한숨을 내쉬던 여자는 다시 방으로 들어간 뒤 아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할머니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끝내 아빠는 짜장면과 우동을 사주지 않았다.


기차 시간이 다가오자 할머니는 내 손을 잡아끌고 역전의 중국집으로 향했다. 짜장면과 우동을 시켰다. 우동을 먹으면서 손을 떨던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빠와 엄마가 버린 손녀딸을 어쩔 수 없이 키우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치가 보였던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짜장면과 우동, 두 그릇에 고작 오천 원 남짓.


아빠는 그때 오천 원도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 오천 원이 아까웠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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