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Y였다. 일요일 아침이면 걸어서 편도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던 절에 같이 놀러 가곤 했는데 그날 절에 가기로 한 것이다.
매미소리가 가득한 비탈진 산길을 오르며 앵두도 따먹고 산딸기도 따먹고 노래도 불렀다.
아주 작은 암자엔 주지 스님과 그 밑에 스님 두 명, 그리고 주방 일을 하던 보살님이 살고 있었다. 그중에서 궂은일은 전부 도맡아서 하던 스님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스님이 특히나 우리를 좋아했었다. 스님은 우리가 가면 시야가 탁 트인 정자 위에 올라가 있으라고 하곤 귀하고 좋은 과일이나 약과 같은 간식을 가져다 주곤 했다.
그날은 색이 고운 분홍빛의 천도복숭아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한 번도 천도복숭아를 먹어본 적 없었기에 어떻게 먹는지 몰라 어물쩍댔다. Y는 지난 설에 고모가 사줘서 먹어봤다며 생색을 내듯 말캉거리는 껍질을 벗겨내고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복숭아를 한입에 배어 물었다. 나도 Y를 따라 껍질을 벗기고 한입에 크게 베어 물었다.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 나를 보고 스님은 한참을 웃었다.
복숭아를 다 먹고 정자에 드러누웠다. 한여름인데도 깊은 산 속이라 그런지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시원했다.
멀찍이서 우리를 지켜보던 주지 스님이, 일만 하던 스님이 곁에서 뭐라고 뭐라고 말하자 얼굴에 미소를 띠며 정자 가까이 다가왔다.
주지스님은 절에 놀러 오는 게 좋냐고 물었고 우리는 그렇다고 했다. 워낙 시골이라 따로 놀러 갈 데도 없었던 우리는, 주말여행을 가는 것처럼 절에 놀러 갔기에 진심으로 그곳이 좋았다.
주지 스님은 기특하다며 천 원씩 쥐여주곤 책을 한 권씩 건네주었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책이었는데 빳빳한 새 책에서 향냄새가 났다. 너무 신났다. 돈을 받은 것보다 새 책을 받은 것에 너무 신이 났고 행복했다. Y와 나는 주지 스님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라고 인사를 한 뒤 냅다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시원한 정자 아래, 산들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었다.
책을 반쯤 읽었을까, 주지 스님이 점심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며 일만 하던 스님이 다가와 말했다.
Y와 나는 주지 스님 앞에 나란히 앉았고 일만 하던 스님과 다른 스님 한 분은 조금 떨어져 앉았다. 일만 하던 스님이 식사 때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알려주었지만 보살님이 만든 비빔밥을 보자마자 불쑥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것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주지 스님은 조용히 웃기만 할 뿐 혼내지는 않았다.
양념장을 넣어 야무지게 비벼 먹었다. 정말로, 정말로 꿀맛이었다. 천도복숭아도 먹었고 용돈과 책도 받았으며 맛있는 비빔밥까지 먹어 하늘을 날아오를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점심을 먹고 정자에서 늘어지게 쉬다가 늦은 오후, 산길을 내려갔다. 일만 하던 스님이 합장으로 Y와 나에게 인사를 하며 또 놀러 오라고 했다. 우리도 손을 모아 인사를 하며 그러겠다고 했다.
내려오는 비탈길 위에서 Y와 나는 통나무 굴리기 놀이를 했다. 몸을 가로로 길 한가운데 눕히고 통나무가 굴러 내려가듯 몸을 굴려서 내려가는 것이었다. 새 책이 상할까 걱정이 되어 책을 바지춤에 집어넣고 윗옷으로 꽁꽁 감쌌다.
양팔을 위로 쭉 뻗어 올린 뒤 아래로 몸을 굴렸다. 일자로 내려가는 듯했지만 고개를 들어보면 도로의 가장자리로 굴러와 있기 일쑤였고 나무나 돌에 온몸이 이리저리 부딪혔지만 그게 또 그렇게 재미있었다. 나뭇가지와 나뭇잎으로 엉망인 서로의 머리와 옷을 보며 한참을 깔깔거리고 웃다 집으로 돌아왔다.
Y와 나는 그렇게 자주 절에 놀러 갔었고 일만 하던 스님은 언제나 그곳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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