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phi Perich Jun 05. 2023

우리 집은 커다란 호수 옆입니다


미국의 서북부 미네소타에 위치한 도시, Duluth.

우산모양의 커다란 호수, Lake Superior 옆쪽에 우리 집이 있다. 나는 이곳에서 신랑과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일 년의 6개월이 겨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네소타는 겨울엔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날도 많고 겨울 내내 무서울 정도로 눈이 쏟아진다. 이번 겨울엔 기록을 경신하는 폭설이 쏟아져서 4월 말까지도 눈이 무릎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하지만 순리대로 회전하는 계절에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 같던 겨울이 끝나고 끈질기게 버티고 있던 눈도 감쪽같이 녹아내렸다. 그렇게 이곳에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이 오고 있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한산하고 조용한 우리 동네는 저녁 7시만 돼도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막다른 길에 있는 동네라 그런지 낮에도 동네 주민들의 차만 간혹 지나다니기에 소음도 거의 없다.


날이 충분히 따뜻해진 지지난 주 채소 모종을 사서 뒤뜰에 있는 작은 텃밭과 화분에 옮겨 심고, 새 모이도 새로 사서 덱에 걸어두었다. 


다시 푸른 새싹으로 돋아나는 꽃줄기에 촉촉하게 물을 주고 사슴들이 뜯어먹지 못하도록 페퍼민트 스프레이를 뿌렸다. 곧 있으면 알록달록 예쁜 색을 뽐내며 꽃이 필 것이다.


년 전 이 집으로 이사하면서 개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뒷마당에 펜스를 설치했는데 볼 때마다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뒤뜰에서 같이 놀다가 도로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나 차도를 향해 갑자기 뛰쳐나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뒤뜰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어제는 뒤뜰의 덱에 돗자리를 깔고 신랑과 일광욕을 즐겼다. 첫째 딸, 만두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둘째 딸, 하나는 우리 사이에 누워서 낮잠을 잤다.


이런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따뜻한 햇살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예쁘게 피어나는 꽃과 새들의 노랫소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런 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매일 티격태격 대고 별거 아닌 일에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


어렸을 때는 얼마만큼 소유했는가, 얼마나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가가 행복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지독히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거쳐온 나는 결핍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이나 컸다. 그런 나의 시각을 바꾸어준 내 신랑과 털북숭이 딸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다.




도서 구입: 종이책 & 전자책 종이책은 빠른 배송이라 웹사이트에 보이는 것보다 빨리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당일배송 또는 1 ~ 3일 이내로 바로 발송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