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2004년 간호대를 졸업한 뒤 십 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개인병원부터 3차 대형병원에 이르기까지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여러 부서에서 일을 했다. 2014년 엔클렉스(미국간호사 시험)를 치고 지금의 신랑과 2016년 결혼 후, 2017년 미국으로 이민 왔다. 2018년 지금 직장에 취직해서 처음 일 년은 내과계 중환자실에서 일했고 그 후, 운이 좋게 IV(정맥주사) 팀으로 부서 이동을 할 수 있었다. 2020년 2월부터 지금까지 약 3년 반동안 IV 팀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병원은 대부분의 병동 간호사들이 정맥주사를 놓지 못한다. 1급 트라우마 센터이기에 응급실 간호사들은 정맥주사를 놓을 수 있고, 지정 아동병원이기에 소아과와 분만실 간호사들도 IV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외 외래 수술실, 심장 혈관조영실 등 특수 파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병원 전체의 모든 IV와 중심정맥관을 우리 팀에서 관리한다. 그리고 위에 나열된 부서에서도 정맥주사에 어려움을 겪으면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미국 대부분의 병원에는 내가 일하는 곳처럼 정맥주사팀이 존재하는데(물론 없는 곳도 꽤 있다고 들었다.) 이것은 정맥주사로 인한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주사 하나 가지고 무슨 감염씩이나 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병원에서 의료인으로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미국의 시스템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맥주사팀을 운영함으로써 정맥주사로 인한 감염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으며, 불필요한 감염치료에 들어가는 부수적인 비용절감에도 굉장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고되어 있다. 무엇보다 숙련된 간호사들이 정맥주사를 놓음으로써 환자들의 통증을 최소화할 수 있고 혈관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 혈관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는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자주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이나 항암치료나 수혈등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혈관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이다.
한국에서 14년을 병원에서 일을 한 경력이 있었기에 솔직히 정맥 주사는 식은 죽 먹기였던 나는 내과계 중환자실에서 IV 팀으로 옮기고 주어진 6주간의 오리엔테이션을 2주 만에 끝내버렸다. 솔직히 2주도 필요하지 않았지만(조금 거만 떠는 걸 이해해 주시길...) 워낙에 병원이 커서 위치도 알아야 했고, 한국에 있을 때는 초음파를 이용해 IV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2주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IV팀으로 옮기고 4개월 뒤 Midline insertion 트레이닝을 받았고, 10개월 뒤 PICC insertion 트레이닝을 받았다. 모두 두세 달 빨리 트레이닝을 받았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에선 24 Gauge를 주로 사용하는 반면 미국에선 기본적으로 20G를 사용한다(숫자가 높을수록 바늘이 얇아진다). 24G는 소아용으로 사용하고 정말로 혈관을 찾을 수 없을 때 간혹 성인에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럴 때는 오히려 24G를 사용해 모세혈관같이 얇은 혈관에 IV를 하는 것보다 초음파를 이용해 큰 혈관을 찾아 초음파 정맥주사를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얇은 혈관에 주사를 놓아봤자 오래 사용할 수 없어 또 IV를 놔야 하기에 비용이나 시간, 그리고 환자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또 한국과는 달리 마약 중독자가 많은 미국이다 보니 마약을 자가 주사해서 혈관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거나 육안으론 아예 혈관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런 사람들에겐 초음파 정맥 주사가 정말 유용하다. 아무리 숙련된(?) 마약 중독자라도 조직 깊숙이 숨은 혈관을 찾아서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태블릿에 프롭(Probe)을 연결하면 바로 초음파 화면이 뜨고 그 화면을 보면서 깊은 혈관을 찾아 IV를 할 수 있어 정말 편리하고 간편하다.
그리고 한국에선 의사들의 일이었던 Midline이나 PICC (말초 혈관 중심정맥관) 삽입을 미국에선 트레이닝을 받은 간호사들, 우리 같은 IV 팀 간호사들이 한다. 요즘 동맥관(Arterial line) 삽입도 IV 팀에서 할 수 있게 트레이닝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IV팀 간호사들이 굉장히 흥분한 상태이다.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나처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 약간의 잡음이 있는 건 사실이다. 동맥관 삽입은 의사나 마취전문의, 마취전문간호사들의 일인데 그들보다 초음파를 이용해 정맥과 동맥을 자주 들여다보는 우리들이 더 세심하고 정교하게 잘하지 않겠냐 하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떤 결론이 나든 올바른 변화는 환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아무튼, 이것이 현재 나의 직업이다. 4년 가까이 이 부서에서 일을 했기에 직장동료들이 친구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가족 같기도 하다. 이곳에 미국의 병원과 한국 병원의 차이점과 IV팀, 24명의 간호사들의 좌충우돌 일상을 하나씩 풀어나가고자 한다. (최근 IV 팀의 이름이 Vascular access specialty team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