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클렉스(NCLEX)와 아이엘츠(IELTS)

미국 간호사가 되기 위한 첫 관문

by Sophi Perich


미국 병원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엔클렉스(NCLEX,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와 아이엘츠(IELTS, 영국에서 주관하는 영어시험)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나는 2013년에 이화 엔클렉스 온라인 강의를 1년 3개월 들었다. 당시 서울아산병원 내시경실에서 일을 할 때였는데, 내시경실 일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검사가 시작되기 전 준비해야 할게 많아서 9시 검사 시작인데도 7시쯤엔 출근을 했고, 오후 5시 반에 검사가 끝나고,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금방 6시가 되곤 했다. 다행히 월세집이 풍납동에 있었기에 집까지 거리는 10분에서 15분 정도면 충분했다.


아무튼, 집에 와서 씻고 저녁을 먹고 나면 밤 7시 반 정도가 되고, 그때부터 밤 12시까지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솔직히 너무 피곤해 반은 졸고, 반은 멍한 상태로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엔클렉스 시험 유형이 대대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2014년에 엔클렉스를 친 나의 공부 방법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세세하게 적지는 않겠다.

강의는 총 3번을 반복해서 들었다. 처음엔 정상 속도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1.5배나 2배속으로 해서 들었다. 각 과목의 노트를 만들어 필기를 했고 기출문제와 리핑콧 문제집도 거의 다 풀었다. 특히나 기출문제 강의는 시험 치기 전에 최대한 많이 듣고 갔었고, 꼼꼼하게 필기를 해 시험 치기 전날까지 그 노트는 붙들고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기출문제 강의는 도움이 많이 되니 꼭 듣기를 바란다.

그리고, 혹시나 엔클렉스부터 치고 영어공부를 시작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다면... 글쎄, 솔직히 추천하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된다면 상관없겠지만, 진짜 왕초보 수준이라면 영어부터 하고 난 뒤 시험공부를 시작하자.

엔클렉스는 미국의 간호사 시험이다. 한국의 간호사 국가고시인 셈인데, 이 사람들이 친절하게 쉬운 단어와 쉬운 문법만 써서 질문하고, 단답형의 대답만 나열해 놓을 것 같은가?


한국에서 국가고시를 쳐봤으니 알 것이다. 쉽게 물어보면 될걸 평소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어려운 단어를 굳이 써가며 배배 꼬아서 질문이라고 내놓고는, 애매모호하게 나열된 보기 중에서 가장 적당한 것을 고르라는... 엔클렉스는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한국인이 어려워하는 부정 의문문으로 질문을 하면, 이걸 옳은 걸 고르라는 건지, 틀린 걸 고르라는 건지 아예 질문 자체를 이해 못 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 간호사 시험의 묘미인 '모두 고르시오'에서 확실히 1번과 2번은 맞고, 4번은 아닌데, 3번에서 모르는 단어 하나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를 못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영어부터 먼저 잡고 난 뒤 시험공부를 시작하기 바란다.

그리고, 요즘은 한국에서 엔클렉스 시험이 가능하지만 내가 시험 칠 때는 가까운 외국으로 나가서 시험을 쳐야 했다. 나는 오사카에서 시험을 쳤는데, 시험이 시작되고 약 2시간 뒤, 문제를 60번까지 풀고 온라인 강의 때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물이랑 커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올 참으로 락커에서 지갑을 꺼내 밖으로 나와 복도에 있던 자판기에서 커피와 물을 사서 그 자리에서 바로 마시고, 화장실을 갔다가 다시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거기를 지키던 감독관이 갑자기 정색을 하며 나에게 지갑을 사용했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커피랑 물을 사야 해서 돈이 필요했다고 말하자 그 감독관은 내가 분명 시험 시작 전 주의 사항을 설명할 때 쉬는 시간에 물과 커피 같은 걸 마셔도 되고, 필요하다면 두통약 같은 걸 복용해도 되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된다고 했지, 언제 지갑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냐며 정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내가 질문이랑 답을 지폐에 미리 적어 놓았다가 커닝을 하고 돌아와 답을 고칠 위험이 있다며 협회에 보고를 하겠다고 난리도 아니었었다.


엔클렉스를 조금이라도 찾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컴퓨터로 치는 시험이라 답을 선택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면 절대로 그 전의 문제로 돌아갈 수 없고, 다음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도 절대 알 수 없다. 그런 시험에서 어떻게 내가 답을 고친다는 말인가.


지폐는 아예 사용하지도 않았고, 동전을 사용했다는 것과 시험의 특성상 지나간 문제로 돌아갈 수도 없는데 어떻게 답을 고치냐고 몇 번이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한참 실랑이를 했지만 감독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도 시험 시간에 포함되기에 우선은 시험부터 치고 그녀와 더 대화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삼십 분 정도 15문제를 더 풀고 난 뒤 화면이 꺼지며 Survey로 넘어갔다.

총 2시간 반, 75문제를 풀고 난 뒤 합격했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갑이었다. 시험이 다 끝나고 그 감독관에게 다시 한번 더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 했지만 그녀는 무척이나 완강했고, 미국 협회에 보고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쫓겨나다시피 시험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시험을 치고 난 뒤 혼자서 일주일간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나는 완전히 기분을 잡쳐버렸고, 교토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해 그날 오후 내내 펑펑 울었다. 도착하자마자 내가 너무 서럽게 울자 게스트 하우스 매니저가 어찌나 안절부절못했던지...(지금 생각하면 그 매니저가 얼마나 당황했을까 싶다. 아직도 그 매니저와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현재 그녀는 그녀의 남편과 열심히 돈을 모아서 자신들의 게스트 하우스를 교토에서 운영 중이다.)

암튼, 시험을 다 치고 3일 이면 Quick result를 확인할 수 있는데, 나는 Quick result 가 나올 때까지 약 일주일 정도 걸렸다. 결과 밑에 결과가 늦게 나온 이유가 적혀 있었는데, 그곳에 있던 CCTV를 모두 확인했다고 적혀있었다. 내가 말했던 대로 나는 동전을 사용해서 자판기에서 물과 커피를 샀고, 그걸 사자마자 창밖을 바라보며 원샷을 때린 후, 바로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안에 CCTV는 없었겠지만 화장실에서 머물렀던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고, 특별히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결과를 통보했을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물, 커피 같은 건 미리 사들고 가기 바란다. 지갑 따위 쳐다볼 생각도 말고, 혹시나 쉬는 시간에 잠깐 핸드폰을 확인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도 버려야 한다. 핸드폰을 만지는 순간 CCTV를 리뷰할 필요도 없이 Fail 이 될 테니.

여담이 길었는데, 요약하자면, 엔클렉스를 위해선 영어가 우선은 기본이 되어야 하고, 강의를 충실히 듣고 또 들어야 하며, 기출문제를 절대 간과 하지 말며, 시험 치러 갈 때 물과 커피는 사들고 가라는 것이다.

바뀐 시험 유형에 대해선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미국간호사 시험을 오랫동안 가르쳐 오신 선생님들은 나름의 해답을 있을 테니, 그분들을 믿고 시키는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첫번째 사진은 교토에서, 두번째 사진은 안나와 서울에서, 세번째 사진은 폴란드에서 찍은 것이다. (참고로,첫번째 사진에서 팔짱을 낀 것이 아니라 내 머리카락이다.)

<엔클렉스를 치고 혼자 교토를 여행하면서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폴란드에서 온 가족을 만났다. 첫 번째 사진의 가장 오른쪽의 안나라는 친구가 일본에서 건축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어 온 가족이 방문을 한 것인데, 일주일 동안 같이 지내면서 많이 친해졌었다. 어머니는 종양 전문의였고, 아버지는 방사선 전문의라 한국의 병원 시스템이나 간호사들의 사회적 위치, 그리고 내가 엔클렉스를 치고 미국에 가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 무척 흥미를 가졌었다. 두 사람의 초대로 이듬해에 친구와 함께 폴란드로 여행을 갔었고, 그다음 해에는 안나가 서울로 놀러 왔었다. 지금도 안나와는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다.>

두 번째는 뉴욕 주에서 미네소타 주로 면허이전을 하기 위해 필요했던, 엔클렉스보다 더 어려운 영어시험, IELTS.


나는 미국으로 이민 오고 난 뒤 9개월간 아이엘츠를 독학했고 총 4번의 시험을 쳤다. 참고로 아이엘츠는 언어의 4가지 영역인 Listening, Reading, Writing, Speaking를 평가하며,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이나 이민,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영어 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미네소타는 각 영역 6.0 이상, Overall 6.5 그리고 Speaking 은 7.0 이상 이어야 한다.(각 주마다 점수가 다르니 가고 싶은 주의 영어성적을 확인하길 바란다.) Listening과 Reading 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지만 Writing과 Speaking 은 많이 힘들었다. 영어가 모국어인 신랑도 Speaking 7.0 받는 건 힘들 것 같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독학을 결심한 나는 캠브리지 아카데믹 문제집으로만 Listening과 Reading을 공부를 했으며 Writing 은 IELTS Liz라는 웹페이지를 참고했다. 그리고, Speaking 은 예상 질문지를 만들어 노트 한 권을 전부 다 외워버렸다. 예상 질문 중에서 감독관이 물어본 건 20 프로도 되지 않았지만, 어떤 질문이든 내가 외운 내용 중에서 즉흥적으로 요리조리 바꿔서 대답을 할 수 있었다. 9개월간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8시간에서 10시간 아이엘츠를 공부했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겨우 점수를 얻었는데... 면허이전을 진행하면서 나는 애당초 영어시험이 필요하지 않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민권자인 신랑의 배우자 자격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왔기 때문에 이미 그린카드(영주권)가 있었던 나는 아이엘츠를 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9개월 전, 미네소타 간호협회(Board of Nursing)에서 면허이전 절차를 찾아봤을 때 분명 아이엘츠 점수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고, 신랑도 헷갈릴 정도로 애매모호한 설명에 영주권과 상관없이 시험을 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정말 정말 억울했지만 그때 한 영어공부가 병원에서 일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었으니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미국 간호사가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고, 준비과정도 순탄치 않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치 있는 과정이었다.


혹시 당신이 미국 간호사를 준비하고 있다면, 힘내라! 힘들다는 것 잘 알고, 어렵다는 것도 잘 안다. 고생 끝에 정말로 낙이 오니, 힘내길 바란다!


원하는 점수를 얻고 난뒤 아이엘츠 문제집을 모두 태워버렸다. 진심으로 꼴도 보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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