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하게 이기고 싶다

제이슨과의 전쟁

by Sophi Perich


IV 팀 멤버 중에 유난히 박학다식한 남자 간호사가 한 명 있다. 병원의 의료정책 같은 것을 줄줄 외고 있어 의사나 매니저, 다른 부서에서 우리 팀을 향하는 컴플레인을 이유와 근거를 들어 논리 정연하게 반박해서 상대방을 찍 소리도 못하게 하는 능력자인 그의 이름은 제이슨. 세컨드 잡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일을 하고 있고 기계나 컴퓨터, 전자제품 같은 것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손재주도 좋아 우리 부서에서 필요한 걸 뚝딱뚝딱 만들어 오기도 한다.


제이슨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불필요하고 하찮은 곳에 종종 애용하고는 하는데, 그게 바로 팀원들을 상대로 하는 하이 테크놀로지적인 장난이다.


제이슨과 나의 '장난 전쟁'시작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부서는 무전기를 사용해 소통을 하는데 IV팀이 Rapid response 나 Code Blue 등의 응급상황에 즉각적으로 응답을 해야 하는 팀이기 때문이다. 병원 어딘가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전 병원의 무전기로 그 정보가 방송이 된다. 그 무전을 받은 응급소생팀은 즉각적으로 그 장소로 모이게 되는데 어떤 응급상황이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Code Blue의 상황을 예로 든다면 담당의사, 중환자실 전담 의사, 담당 간호사와 병동 간호사, 심혈관계 중환자실 전문 간호사, 마취전문 의사나 마취전문 간호사, IV 팀, 호흡기 치료팀, 채혈팀, 환자 이송팀, 보안팀, 입원계 간호사등이다.


그렇다 보니 근무가 시작되기 전 자신이 사용할 카트(Cart)를 세팅하면서 태블릿과 초음파 프롭, 무전기를 챙긴다. IV 팀 멤버끼리 무전기로 용이하게 소통도 할 수 있어 편리하긴 하지만 배터리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지금은 새로운 무전기를 사서 이런 문제는 없다.) 배터리가 다 되어가면 무전기에선 은근히 거슬리는 신호음을 내곤 했는데 그 신호음을 제이슨이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그 신호음을 녹음해서 같이 근무하는 두 명의 간호사들에게 보내 제이슨이 오피스에 있을 때마다 돌아가면서 그 녹음된 것을 재생해 줄 것을 부탁했다. 두 명의 동료도 신이 나서 하루종일 기회가 될 때마다 신호음을 재생했고, 제이슨이 이성을 잃어 갈 때쯤 우리가 장난을 쳤음을 밝혔다.


우리를 노려보며 언젠가는 복수를 하겠다던 제이슨은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 장장 6개월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우리 셋이 함께 근무하는 날, 복수를 했다. IV팀 간호사실 안에 고양이 소리를 내는 작은 기계를 감춰 둔 것이다.(물론 매니저의 허락 하에 숨긴 것이다.) 6분에서 10분마다 '야옹'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도저히 위치를 가늠하기가 힘들어서 오피스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무슨... 하이소닉 기술(?? 뭐라고 말을 해줬는데...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맞다, 나는 기계치라 이런 걸 잘 모른다.)이라 소리가 나는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게 만든 거라나... 어디서 산 것도 아니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테이블 다리 속에 몰래 숨겨둔 것이다.


오피스를 이 잡듯이 뒤지고, 천장에 숨겼나 싶어 살피는 중


똑똑하다, 똑똑하다 했지만 그렇게까지 고난도의 기술을 이용해 그런 걸 만들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 후, 나의 보복전이 시작되었다. 우리 시댁 식구들끼리 장난치는 데 사용하는 으스스한 인형과 오피스에 있는 오래된 스케줄 북으로 제이슨의 락커를 꾸민 것이다. 하지만 다음 날, 같이 일하는 동료가 아직 락커를 확인하지 않은 제이슨에게 "제이슨! 아침에 락커 보고 어땠어? 놀랐어?"라고 묻는 바람에 제이슨이 눈치를 채 버렸다.


아름답게 장식된 제이슨의 락커


그 후, 제이슨은 내 선물을 기다리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고, 약 한 달 전 내 카트를 이렇게 꽁꽁 포장을 해놓았다. 또한, 경미한 결벽증이 있는 나는 출근을 하면 오피스의 탁자와 책상부터 닦고 어질러진 물건 정리부터 하는데, 그 점을 이용해 오래된 시리얼 박스 아래 구멍을 뚫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소금통을 본드로 붙여놓은 것이다.


선물 포장(?)이 된 내 카트
아래가 뚫린 시리얼 박스와 탁자에 본드로 붙여버린 소금통


이제는 내 차례다. 내가 제이슨에게 복수를 할 차례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다.


정말 격렬하게 이기고 싶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없다.


무슨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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