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휴가가 뭔지 모르는 미국 언니들

미국 병원의 분만 휴가

by Sophi Perich


미국에 와서 수만 가지 문화 차이를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지만, 그중에서 조금은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결혼과 출산이다.


내가 미국 병원에 처음 입사 했을 때가 35살이었으니,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한창 결혼을 준비하거나 조금 빨랐던 친구들은 출산이나 임신 준비로 한창 바쁜 시기였다. 나는 그때 결혼 한지 햇수로 2년째였고, 우리 부부는 아이는 천천히 갖기로 했기에 임신이나 출산 같은 건 우리와는 먼 이야기였다.

6년 전만 해도 한국은 30대 초중반에 결혼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고, 아이도 30대 중후반, 40대가 되어서 가지는 경우도 많았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 느낀 건, 정말 결혼을 빠른 나이에 하고 아이도 대부분 20대에 가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 전 대륙이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사는 지역에, 내가 일하는 병원의 간호사들을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대부분 20대에, 그것도 20대 초반이나 중반의 빠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30대가 되기 전에 둘셋의 아이를 가지는 것이 당연한 듯했고, 30대에 초산이라고 하면 노산이라며 엄청 걱정을 한다.

솔직히 좀 충격적이었다. 한국에선 30대 중후반에 초산이 어쩌면 당연하고, 30대 후반이나 40대가 되어서도 결혼을 안 하는 경우도 많기에 20대 초반이나 중반, 내 기준으로는 너무 빠른 나이에 결혼을 하는 직장 동료들이 조금은.... 안타깝게도 느껴졌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생각일 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여성에 대한, 특히나 임신한 여성과 분만한 여성에 대한 국가와 직장의 복지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제일 강하고 영향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미국이지만, 국가나 직장에서 정한 분만 휴가 따윈 없다.(물론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포함한 총 8개의 주에서는 주에서 정한 유급 분만휴가가 몇 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모은 휴가나 병가를 써서 최대 6개월 쉴 수 있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출산 전에 휴가와 병가 시간을 모으고, 충분한 시간을 모으지 못한 사람들은 short-term disability라는 보험에 가입하거나 분만 후에 무급으로 길게 쉴 수 있는 FMLA(Family and Medical Leave Act)라는 의사 소견서를 받는다.


이번 노조협상에서 출산 후 유급 휴가 2주를 추진했으나 무산되었다. 2달이 아니라, 2주 말이다. 간호사의 힘과 노조가 강하다는 미네소타임에도 유급 휴가 2주 조차 받지 못한 것이다. (작년 9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간호사 파업이 미네소타에서 있었다.)

이곳의 직장 동료들에게 한국에선 회사마다 다르지만 출산을 한 여성이 분만휴가로 쉴 수 있는 기간과 자신의 휴가를 쓰지 않고도 일정기간 돈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매달 한국에서 받았던 생리휴가에 대해 이야기하자 모두들 그런 것을 휴가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아예 몰랐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그런 상황에 노출되어 본 적이 없기에 생리 휴가나 유급의 분만 휴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리고 한국에 있을 때 일했던 서울아산병원의 병원 단지 내에 있던 어린이집과 한 달에 내는 비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데이 케어에 월급의 대부분을 쏟아붓는 직장 동료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을 하기도 했다.

다들 미국에서 여성의 지위가 굉장히 높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던 나로서는, 특히나 여성이 주를 이루었던 간호사로 일을 해왔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한국은 분만을 한 여성이 24주 정도의 분만 휴가(Fully Paid)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미국은 Zero이다. <2019년 자료. 사진출처: www.bbc.com>


어쩌다가 미국이 이렇게 전 세계 꼴찌가 되었는지, 왜 임신과 출산을 한 여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이렇게 형편없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비록 더디지만 곳곳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있는 듯 하니 기다려보는 수밖에.



자료를 찾다가 웃긴 Meme 이 있어서 하나 퍼왔다. <사진출처:https://sites.psu.edu/engl420 blogg/>

<메인사진 출처:Photographer: Steven Brahms for Bloomberg Businessweek. Set Design: Jason Singleton. Grooming: Angela Di Car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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