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1. 나의 5살. 나는 버림받은 아이였다.

by Sophi Perich


"할매가 니 똥 기저귀 갈아주면서 업어 키웠다. 커서 다 갚아라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

큰 고모는 나만 보면 저렇게 말했다.


그랬다. 나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였다.

경상남도 진주, 시내에서 버스로 거의 2시간이 걸리던 외딴 시골, 나는 그 시골집에서 태어났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고 결혼을 한 아빠도 엄마를 데려와 정착하려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첫돌이 갓 지난 나를 남겨두고 시장에 다녀오겠 다며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른들이 그랬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일말의 정도 없었다고. 내가 태어나기 전에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러니까 그 생물학적 언니가 2살인가 3살 때 물에 빠져 죽었다고 했다. 딸을 잃은 슬픔에 가슴이 찢어지던 그때 덜컥 나를 임신한 것이었다.

나를 놓고 제대로 안아주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니 나도 엄마 따위 보고 싶어 하지 말라고, 어차피 나에게 정도 없던 여자였으니 인연 끊고 사는 게 더 나은 거라며 다들 그렇게 나를 위로했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빠는 엄마를 찾아오겠다며 도시로 나간 뒤 간간이 돈이 필요할 때만 연락을 해올 뿐 시골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키워졌다.


두 분은 매일 논으로, 밭으로 일을 나갔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깊이 허리를 숙여 논바닥의 잡초를 뽑아내던 두 분의 굽은 등이.


할아버지 지게 위에 앉아 논으로 가면 할머니는 논둑에 돗자리를 깔고 무지개색 우산을 씌워 주었다. 작은 나무토막으로 울타리를 만든 뒤 노끈으로 감아 내가 기어 나가거나 걸어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일을 하다 가도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풀과 꽃잎을 뜯어 불어오는 바람에 날렸다. 줄지어 가는 개미를 유심히 살피기도 하고 풀잎 아래 달라붙은 무당벌레를 톡톡 건드려 보기도 했다. 돌멩이로 성을 쌓고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를 제외하곤 나는 늘 논 둑에 앉아 두 분의 일하 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늘 혼자서 놀았다.



도서 구입: 종이책 & 전자책 종이책은 빠른 배송이라 웹사이트에 보이는 것보다 빨리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당일배송 또는 1 ~ 3일 이내로 바로 발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