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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Dec 06. 2021

득인가, 실인가.

영화 「이터널스」


득과 실.


전반적인 평은 불호에 가깝다. 이렇게 길고 지루한 마블 영화는 처음이며, 차라리 전형을 답습하는 마블 영화들이 더 즐겁다 평하겠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러한 시도에는 득과 실이 분명히 있음을 안다.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과 마블이 손을 잡았다는 말에 기대 반과 우려 반을 적절히 섞어 큰 기대나 설렘 없이 영화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실망이 큰 편이다. 마블이 새로운 방식의 서사와 드라마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과 클로이 자오 감독 본인에게 새로운 필모그래피가 생겼다는 것 정도가 득일 것이고, 액션 판타지 히어로 영화 그 자체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 실일 것이다.




연출.


개인적으로 좋은 연출이라 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으며, 이 부분이 호불호가 갈리는 가장 큰 지점이라 생각된다.


 영화의 주를 이루는 것은 감독의 전작 '노매드랜드' 떠오르는 풍광들과 멋진 미장셴, 특유의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다. 언급되는 인류의 문명을 따라 흘러가는 역사들에 어울리는 배경들과 이미지는 완벽에 가깝다.


10명 캐릭터들의 서사와 드라마를 한데 모아 균형 있게 담아낸 것 또한 뛰어나다. 자칫하면 산만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잘 풀어냈다. 물론 주연과 조연이 나뉘는 정도의 비중이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스토리텔링이다.



그러나.


영화 전반에 녹아 있는 촌스러움은 숨길 수가 없다. '사랑'에 관련된 장면들, 특히 세르시와 이카리스의 투샷이 등장할 때마다 90년대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초반의 러브신은 인물을 비추다 시선을 배경으로 옮기며, 이내 화면이 전환되는데, 뜬금없고 촌스러운 이 러브신 때문에 초반부터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힘들었다. 그 외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백허그를 한다든지 손을 포개는 등의 애정 행위들은 촌스러운 연출의 정점을 찍으며 쌓아왔던 다른 감정을 모두 파괴시킨다.


또한 캐릭터들의 서사는 잘 살렸지만, 캐릭터들 자체는 살리지 못했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역사와 속성을 파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확실히 '액션'이 빠진 히어로들은 흥이 떨어지기 마련이며, 캐릭터 설정 자체가 별로인 부분도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테나'의 캐릭터와 캐스팅에 불만이 많은데, 미모의 여전사로 소문난, 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모티브가 되는 테나가 병약한 여조연 역할을 하는 것부터 성에 차지 않을뿐더러, 섹시 파워 아이콘인 안젤리나 졸리가 손을 떨며 치매나 다중 인격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극 중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는 캐릭터인 것은 알지만, 가장 아쉬움이 남는 캐릭터이며, 안젤리나 졸리의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에도 실패한 것이 분명하다.


그와는 반대로 감독은 마동석 배우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완벽하게 파악한 듯하다. 강력한 주먹 한 방을 날리는 길가메시의 능력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캐릭터는 마동석 배우와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이렇게 배우와 캐릭터의 조합이 꼭 맞는 경우와 부조화의 경우를 한꺼번에 보고 있자니 부조화가 극대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외.


캐릭터와 배우, 인류의 문명들의 다양성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배우들의 인종과 문화에 맞춘 집과 환경, 다양한 소품들(봉봉 찾으셨나요?)이 눈길을 끈다. 특히 킨고가 찍고 있는 영화 장면은 인도 영화 단편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매력적이었다.


액션을  찍는  같긴 한데, 일단 비중이 적다 보니 감질나고, 시원한 맛도  느끼겠으니 역시 '재미'있지가 않았다. 액션 히어로물을 기대하고  마블 영화에 재미가 없다니 개인적인 취향에 너무 맞지 않는다. 다만, 마카리의 액션은 정말 최고였다.



마블이 자랑하는 유머와 센스는 한 단계 다운그레이드 되어 피식 새는 웃음만 남겼을 뿐, 깔깔거리거나 팬들을 위한 제대로 된 유머가 없는 것에 또 한 번 실망할 따름이다. 가장 빵 터졌어야 했을 이케아 가을 신상 테이블이 예고편에 소개되는 바람에 재미가 반감되어 버렸으니, 그저 할 말이 없다.


아주 시의적절한 장면들에 1.43:1 아이맥스 비율이 쓰여 효과를 톡톡히 보았지만, 역시나 비중이 적은 건 아쉬울 따름. 그래도 마블 영화는 역시 아이맥스! (돌비 정말 별로였음)


이건 정말 편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말인데, 액션 히어로물은 그냥 남자 감독이 찍어주면 좋겠다.





+ 본 영화보다 쿠키 2개가 더 흥미진진했다는 슬픈 사실.




****************** 스포 주의 *****************




+ 마지막에 티아무트를 얼음으로 만들어 녹여버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구 보존에 참 좋았을 텐데 하며 답답해하다가, '마블'이라서 대리석으로 만든 거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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