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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May 03. 2022

전쟁에 그을린 한 여인의 사랑

영화 「그을린 사랑」


전쟁.


전쟁의 비극과 아픔을 한 여인의 삶에 담아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이토록 험난하고 비극적일 수 있을까 생각하다, 전쟁으로 인해 불행한 인생을 살았거나 인생을 제대로 다 마치 지도 못한 사람이 비단 한두 명뿐이었겠냐는 생각에 미쳐 비통함이 더해진다. 하지만 주인공 '나왈 마르완'로 대표된 전쟁의 희생자들이 삶을 전쟁을 귀로만 전해 들었을 뿐 경험하지 못한 나 같은 타인들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21세기의 현재에도 전쟁 중인 국가가 존재하며, 러시아로 인해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막연한 공포를 살갗으로 느끼면서도, 인정하기 힘든 현실에 이질감이 든다. 내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는 거리감과 영화나 역사 속 이야기로만 접하던 전쟁이라는 것이 눈앞에 닥치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에 돌연 공기가 서늘해진다.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죄 없는 사람들이 죽고, 많은 이들이 후유증을 겪는 백해무익한(일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유익할지도 모르는) 전쟁이라는 것을 그저 내 짧은 생 동안 겪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드니 빌뇌브.


영화를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도 매번 깨닫는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천재였지!


감독님의 최근 작품들을 먼저 본 터라, 비교적 예전 작품인 '그을린 사랑'은 생경하게 다가왔다. 마치 드니 빌뇌브 감독님의 작품을 처음 마주하는 듯한 느낌으로 영화를 보고 나니, '컨택트'나 '듄'을 보고 감탄했던 것과는 또 다른 결의 대단함을 느끼며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렇게나 고상한 비극이 있을까.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영화에서 이끌어 나아가는 감독의 태도와 연출은 눈앞에 펼쳐지는 사실들을 관객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지를 결정한다. 아무리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라도 감독의 연출이 훌륭하지 못하면 관객에게 그 뜻을 온전하게 전달하기 어렵다.


'그을린 사랑'에서 드니 빌뇌브의 연출은 정적인 고요함 속에 담겨 더욱 날카롭고 잔인하게 느껴지는 칼날이다. 잔잔한 분위기 속에 베일을 벗고 낱낱이 밝혀지는 비극적인 과거와 사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비인간적인 찰나의 순간이 생략된 연출은 처참함을 더한다. 엄마가 겪은 고통과 아픔들을 모르고 지내다 죽음 후에야 마주한 딸과 아들의 비통한 심정 또한 세대를 지나 전해지는 전쟁의 아픔을 말한다.




여성을 대표로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비슷한 분위기로 담아낸 2021년의 '쿠오바디스, 아이다'가 떠오른다. 전쟁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아이다와 전쟁으로 인해 고통 속에서 가족을 잃고 얻은 나왈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들을 가치가 있다.



+ 엄마 나왈과 딸 잔느를 처음에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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