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phia J Aug 08. 2020

한국에서의 의료 일원화

양방의사와 한방의사가 일원화?

전공의들이 의대생을 증원한다는 것에 반발해서 시위를 한다는 기사와 함께, 한의협 회장이 한의사들에게도 일정교육 이수 후,양방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당연히 이에 대해 의협은 말도 안된다는 소리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고.

이 시기에 한의협에서는 왜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정말 오해였으면 좋겠지만) 발언을 했는지 안타깝다. 


한중일 세 나라가 각기 다른 한방과 양방의 의료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한의협에서는 중국처럼 한의사도 양방의사처럼 같은 지위를 갖고 현재의 한방 치료 범위를 벗어난 범위에서도 환자를 진단,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인 것 같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한의사라는 것이 없어지고, 침과 뜸은 침구학교를 졸업한 침구사가, 한약 (첩약이 아닌, 제약회사에서 나온 그래뉼 한방제제)은 양방의사가 처방하고 있다. 물론, 일본의 양방의사들 모두가 한방제제를 처방하는 것은 아니고 (할 수는 있겠지만), 한방의 효과를 인정하고 관심이 있는 의사들은 따로 동양의학 과정을 밟아서 환자의 증상에 따라 양방 의약품과 함께 처방을 하기도 한다. 

중국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중국에서 공부한 중국 중의사 선생님들을 보면, 모든 중의사들이 양방의사와 같은 진료를 하는 것은 아니고, 중의사라고 하더라도 양방의학을 일반 의대에서 이수를 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 


한의와 양의의 일원화는 급하지 않게 천천히 서로의 합의를 이뤄가면서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지, 이렇게 갑자기 '의사 수가 부족하다면 한의사가 단기간의 교육을 받고 일반 양의사와 같이 환자를 진료하겠다'고 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의대와 한의대는 완전히 분리되어 교육을 받는다. 물론, 한의대에서도 양방의학을 공부하겠지만, 일반 의대와는 당연히 깊이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의는 일부 문외한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무당 굿하는 수준의 의학이 아니지만, 태생 자체가 양방의학과는 완전히 다른 철학에서 생겨나서 두 가지 의학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가지 의학의 일원화는 좀 더 많은 시간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일단은 중국의 사정도 잘 벤치마킹하고, 일본의 사정도 잘 살펴봐서, 한의협은 의협과 조율을 해서 양방의사들의 거부감부터 줄이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일본 서적과 논문들을 보면, 한방을 사용하는 일본의 의사들은 수술 후 장 협착이 되지 않도록 할 때나 뇌부종이 있을 때 등 가볍지 않은 의료 상황에서도 한방제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양방 의약제제와 병행해서 사용하면 환자의 몸에 부담을 덜 주면서 현재의 양방 약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증상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치료 중에, 한약을 복용하는 것을 독약을 마시는 것처럼 반응하는 한국 의사들을 향해서, 갑자기 일원화를 하자고 주장하면 그 의사들이 순순히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한의사들은 EBM (Evidence Based Medicine)으로의 한의를 더 치밀하게 연구하고 practice하면서 일원화를 위한 발판을 조금씩 쌓아가는게 낫지 않을까한다. 짧은 기사만을 읽었기 때문에, 깊은 사정은 알지못하므로, 나름대로의 의견을 간략히 적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한 죽음을 생각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