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소외감

의도하지 않은, 악의 없는 소외

by Sophia

나는 여러 조직을 거쳐왔기 때문에, 경력직으로서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내가 일했던 대부분의 조직이 필요에 의해 경력직을 채용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초기 적응에 신경을 많이 써준 것도 적응에 큰 문제가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신입사원과 1 on 1을 하던 중에, 소외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일은 잘 가르쳐 주시는데, 그게 다예요. 너무 섭섭해요."


인사담당자로서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멘트였다. 어떤 일인지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식당을 이동할 때에도 팀원들이 앞서서 걸어가고, 점심식사 이후 자유시간에도 자신이 알 수 없는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우르르 앞서가는 팀월을 쪼르르 따라가 말을 걸기도 어렵고, 대화 중간중간에 '그게 뭐예요?' '그 사람이 누구예요?' 매번 이렇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했던 것 같다.


누구나 처음에는 이런 경험이 있다. 특히 여러 조직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팀원들의 이런 행동은 대부분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워낙 서로가 함께 있던 시간이 오래됐고, 서로에게 익숙한 주제의 대화를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신입사원이라면 이런 분위기에서 적응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화를 계속하는 것은 폭력이다.



사회 초년생 때, 신규입사자 입문교육에서 인사팀장님이 하셨던 말씀이다. 당시에도 굉장히 인상 깊었고 공감했던 말인데, 지금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조직에서 지내다 보면, 알아듣지 못하는 말,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계속 듣게 될 거라고. 그런데 그것을 본인은 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주의하려고 한다고.' 팀장님의 그 말씀이 입문교육 내용 중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가르침이다.




나도 최근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 우리 팀원들이 황금연휴를 앞두고 같은 날 휴가를 쓰게 됐는데, 나는 연차가 많이 남지 않아서 아껴 쓰려고 출근을 하기로 했다. 그 소식을 들은 팀장님이 바로 이렇게 반응을 했다.


"그럼 내일은 아무도 없는 거야?"

"그러게요. 아무도 없네요."


나는 순식간에 투명인간이 되어버렸다. 팀원들 중 그 누구도 '소피아님은 있잖아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 느꼈다. '나는 아직 이들과 같은 무리가 아니구나.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구나.'라고.

몇 달이 지나고 또 같은 상황이 되었는데, 그때도 팀장님이 똑같이 말씀하셨다.


"내일 아무도 없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나의 존재를 알렸다.


"저 있잖아요. 저."


팀장님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아아 그렇구나. 소피아님이 있지!" 라며 인정하셨다. 그날 이후로 팀장님은 비슷한 상황이 됐을 때, '아무도 없냐'는 말씀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악의 없이 익숙한 대로 반응이 나온 것뿐이라고.




비슷한 표현으로는 이런 게 있다.


"아무도 안 왔네?"


분명히 미리 와 앉아있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본인이 오기를 기대했던 사람이 안 왔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목 뒤가 쭈뼛하는 느낌이 들면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다. '아무도 없다'는 소리가 커서 모두가 들었을 때에는 괜히 내가 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악의가 없다는 것은 알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신규입사자와 나눴던 대화를 시작으로, 예전에 내가 겪었던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악의 없는 소외' 경험이 몇 가지 떠올랐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새로 온 사람이 쓴 글에 반응을 보여주고, 인사도 잊지 않고 해 주고, 지나가면서 한 두 마디씩 건네는 것들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사람이라서 매번 그렇게 새로운 사람들에게만 맞춰서 행동하고 대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이, 나의 발걸음 속도가 상대방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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