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불균형을 대하는 리더의 자세
정보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조직 안에서는 다양한 정보가 흐른다. 하지만 어떤 정보는 고여있기도 하다. 일이 잘 진행되려면 적절한 곳으로 정보가 흘러야 하는데, 늘 그렇지만은 않다. 때로는 흐르지 않는 정보 속에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가깝게 지내는 무리가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자. 나는 관심을 가지고 가서 무슨 일인지 물어본다. '아~ 너랑은 상관없는 얘기야.' '너는 알 필요 없어'라는 대답을 들었을 때, 나는 바로 소외감을 느낀다. 정보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의미이다. 너와 나는 다르다. 우리와 너희는 다르다. 서로 다른 부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경영진 사이에서 돌고 있는 정보를 궁금해할 수밖에 없다. 어떤 정보를 얼만큼 알고 있느냐에 따라 업무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하는 만큼 그 정보가 잘 내려오지는 않는다. 공유가 될 때에도 각색이 되거나, 지극히 일부만 공유되곤 한다. 그래서 구성원은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전부인지, 지극히 일부인지, 잘못된 정보인지 알기 어렵다. 업무 지시를 받았을 때 '이게 맞는지?' '이게 전부인지?' '더 없는지?' 매번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어떤 때에는 업무를 지시받을 때 설명을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업무를 수행을 할 수는 있기 때문에 굳이 물어볼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한다.
정보가 충분해서 결과물도 그럭저럭 괜찮을 때도 있지만, 충분하다고 믿었는데 알고 보니 딴 판인 경우. 마치 뒤통수 한 대를 크게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상황에 따라서는 갑자기 열이 오르고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나 역시 가까운 가족들에게도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아 불편하게 했던 적이 있다. 여행 준비를 할 때, 일정이나 장소를 자세하게 공유하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 사소한 거지만 막상 여행지에서는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나는 계속 생각하고 찾아보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남들도 알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들은 늘 생각하고, 자주 이야기 나눈 주제라서 당연히 구성원도 알고 있을 거라 착각한다. 그래서 업무 지시를 할 때, 간결하게 표현한다. 구성원이 관련해서 몇 가지 질문을 주면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역시나 간결하게 한다. 그래서 결과물을 보고 '내가 말한 건 이게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우리는 기존의 정보를 리셋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얻어내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정보를 공유받지 못한 것을 '나의 책임' '나의 부족함'으로 돌리며, 다시 한번 정보를 주십사 요청한다. 경영권을 놓고 싸우는, 조직적인 정보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정보의 차이를 통해 권력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정보의 차이보다 구성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리더가 정보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이다.
예전에 아주 곤혹스러운 일이 있었다. 당시 재직하던 회사에는 글로벌 법인이 여러 곳에 있었다. 법인은 자율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별도로 관리를 하거나 교육에 관여하지는 않았었다. 어느 날 부문장님께서 코로나도 끝나가니 법인 별로는 어떤 교육을 진행하는지 한 번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며, 법인 별 교육 현황 정리를 지시하셨다. 2주에 걸쳐 법인 별 교육현황과 교육자료를 모두 취합하여 정리해 두었다.
다른 업무로 대표님께 보고할 일이 있어 부문장님과 같이 대표님 방을 찾았는데, 온 김에 해외법인 교육 현황도 보고하라고 하셔서 정리한 자료를 보여드리며 브리핑했다. 대표님께서는 다 듣고 나서 해당 업무가 왜 시작됐는지 말씀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결이 완전히 달랐다. 대표님이 지시한 업무는 우리와 다르게 진행하는 교육이 뭔지 파악해서 각 법인에 필요한 교육을 직접 전파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기대했던 결과물은 전파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교육 현황만 정리하여 공유를 하니, 반의 반의 반쪽짜리 보고를 들었다는 생각을 하신 거다. 업무 수행 과정에서 소통 이슈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시에 그 말을 들을 때에는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고, To do를 다시 짜겠다고 말씀드렸다. 불쾌감이 치솟는 건 이후의 본부장님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본인이 HR 담당자로서 책임을 다 해야지. 얘기 들어보니까 법인은 법인이고 우리는 우리다 이렇게 남 일 얘기하듯이 선 긋는 거 같은데. 본인이 법인의 모든 교육을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했으면 합니다."
당시에 해당 자료를 정리하면서 몇 번 중간보고를 드렸을 때만 해도 아무 말씀 없으시다가, 갑자기 대표님 앞에서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충분한 정보 없이 일 처리를 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를 '개인의 무책임함'으로 돌리는 말이 황당하게 들렸다.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개인이 모든 글로벌 법인의 교육을 책임진다는 것 역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말 한마디에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제가 현황 정리 정도만 일단 요청드려서, 현재 진행된 사항 먼저 말씀드렸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은 다음 주부터 체크해 보겠습니다."
이 정도로만 대응해 주셨어도 너무나 든든한 리더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날은 대표님 방에서 나와 하루 종일 불쾌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과연 누가 책임감이 없는 것인가?' '누가 비겁한 것인가?' '내가 믿었던 사람이 맞나?' 주말 내내 답답함이 마음을 짓눌렀다.
정보의 차이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보의 차이가 개인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정보의 차이는 어디에서든지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보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한 반응이다. 정보의 부재로 인한 문제의 원인을 구성원의 부족함으로만 돌리려는 리더의 무책임한 태도가 쓸데없는 권력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셈이다. 그럴수록 정보는 더더욱 차단이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기대했던 업무 결과는 얻어내지 못할 것이다.
정말로 정보의 차단을 권력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구성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피드백을 주는데, 아주 지엽적인 부분에 대한 피드백만 주는 것이다. 그래서 상위자에게 보고할 때 애를 먹게 하다가, 막판에 진짜 필요했던 정보를 슬쩍 흘려주는 사람들. 그제야 비로소 일이 풀리기 시작하기 때문에, '내 덕에' 일이 잘 됐다며 흐뭇해한다. 그 리더는 본인만 아는 정보를 통해 자리를 지키려고 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조직 전체의 퍼포먼스를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 주변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구성원들은 경영진들 사이에서 떠도는 개개인에 대한 평가나 사적인 비밀 같은 가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업무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원한다. 업무를 주는 사람이라면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먼저 구체적인 배경 설명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설령, 몇 번 같이 이야기를 나눠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중요한 내용은 다시 언급해도 좋다. 적어도 나쁜 영향은 끼치지 않는다.
만약,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미처 전달하지 못한 내용으로 인해 업무의 방향이 틀어졌을 경우에는 다시 이야기해 주면 된다. 필요하다면 사과해도 좋다. 앞에서 들었던 예시처럼,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돌리는 오류만 범하지 않는다면, 구성원도 리더와 더 많은 소통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