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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Nov 12. 2023

주변에 난임부부가 있다면

주변에난임부부가있다면


12년째 화장대 서랍에 있는 임신테스트기




엄마가 되는 길은 험난했다. 편하게 아기를 기다리다 결혼 4년 차가 넘어가면서 임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한의원, 산부인과, 건강원 즙, 영양제, 운동, 반신욕, 온찜질, 날짜 받기, 새벽기도.... 각종 노력을 하며 인공수정 4번 하고, 시험관으로 넘어갔다. 난임 기간 동안 항상 눈물이 나고, 우울한 것은 아니었지만 때때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 때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 한 분의
셋째 돌잔치 선물을 보낼 때

인공수정을 하고 비 임신 결과를 볼 때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갑자기 결혼하는 친구를 볼 때

피임 중이라던 지인의 임신소식을 들을 때

.

때로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누구는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고 불평하는데 왜 나는 그토록 기다리는데 안 생기는 것인지 화도 났다. 속도 모르고 공부하고 일하느라 아기 너무 미루지 말라는 지인의 말에 어이가 없던 적도 있었다.


오전 6시 35분 강남에 있는 난임 병원에서 시험관 준비를 위한 진료를 받고 경기도로 출근하는 버스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새벽같이 난임병원으로 향한 발걸음이 힘든 것인지, 그간의 인공수정 실패로 인한 불안함인지 알 수 없었다. 진료결과는 문제가 없었고 바로 시험관을 진행하자고 했다. 병원문을 나서자마자 버스가 왔고, 자리에 앉았는데 폭풍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임신을 기다리는 동안 그날 제일 많이 울었다. 어찌나 펑펑 울었는지 기사님이 힐끔힐끔 쳐다본 기억이 난다. 그렇게 펑펑 울고 시험관 1차로 아들 쌍둥이를 임신했다.




11월이 되면 스타벅스에서 임신인지 아닌지 피검사 결과 전화를 기다리며 마음 졸인 이야기를 남편과 하곤 한다. 공교롭게도 그날이 결혼기념일이었다. 결혼기념일 아침부터 피검사를 하고, 전화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임신이 아니면 오늘 아주 신나게 놀자고 실패 시 실망할 마음을 추스를 준비도 했다. 물론 임신었으면 하는 바람은 간절했다. 전화가 오자마자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수를 잊지 못한다.


임신입니다. 축하드려요.

피검사 결과 수치가 아주 좋아요.

그래도 다음 주에 한 번 더 검사하고
주변에 알리기를 추천해요.  
.


주변에 난임을 겪고 있는 분들이 참 많다. 체감적으로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친구, 동생, 지인들의 난임이 안타까워 시험관이 어렵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심지어 엄마의 지인, 친구의 지인 등 몇 다리 건넌 사람이 통화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시험관 시술에 대한 경험자의 경험과 조언, 의견을 듣고 싶어 했다. 친정엄마나 자매의 경우엔 눈물을 글썽이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몸이 그렇게 힘들다는데 맞아요?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어려울 수도 어렵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날짜, 약, 병원, 시험관 과정, 여자의 준비, 남자 준비, 병원 특징 등 되도록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을 한다. 그리고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내가 아는 누구는 시험관으로
아들 쌍둥이를 낳았으니

 너도 한 번 해봐라

너무 쉽게, 대충, 아무렇지 않게,
 또는 막 권하지 마세요"



임신을 기다린다면 각종 정보는 본인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미 시험관이나 인공수정을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기도해 주고, 맛난 거 사주고, 임신이 아닌 다른 이야기들로 삶을 나누며 마음 편한 이웃이 되어주자. 삶을 나누며 친밀하고, 신뢰로운 관계 속에서 난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 권해도 된다.


이미 정보도, 힘듦도, 기다림도 충분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 난임부부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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