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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Nov 15. 2023

훈육에 대한 오해와 이해

호통이 아닌 소통으로 훈육하기  

다음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훈육


아동상담을 하다 보면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가정마다 아이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양육은 비슷비슷한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질문도 비슷하다. 남들이 보면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아이를 기르는 부모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힘들다. 



연년생 둘이 매일 육탄전이에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매일 같이 거실 한가득 어지르고
치우지 않아요.
 정리를 가르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해 달라는 것이 너무 많아요.
혼자 할 수 있는 것인데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양치를 너무 싫어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가 나면 소리 지르고 던지고 난리예요.
제가 무섭게 해도 고쳐지지 않아요. 

  



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같은 문제가 매일매일 반복되다 보니 아이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 육아서나 육아 프로그램을 보고 굳은 다짐을 하지만 육아 현실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폭발한 날 밤 돌이켜 생각하니 별 것 아닌 것에 왜 이리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지 아이에게 미안하다. 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미안함과 죄책감이 섞인 감정으로 눈물을 흘린다. 문제는 다음 날 어제와 같은 화와 눈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낮에 생각해 보면 아이가 이제 3살이고 양치가 싫을 수 있다고 이해된다.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 보면 나 역시 거실 한가득 장난감을 늘어놓고 놀았었고, 툭하면 동생하고 티격태격이었다. 


그래 아직 아이고 자라는 중이라고
육아서에서 읽었지

잘 가르쳐 보자
화내지 말자  
소리 지르지 말자
친절하게 알려주자



다짐한다. 어제와 같은 문제가 일어났을 때 마음을 가다듬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참는다. 속으로 "잘했어"라고 자신을 다독인다. 잠시 후 아까와 비슷한 문제가 생겼다. 다시 한번 "참는다" "잘했어", "참는다" "잘했어". 그러다 자기 전에 "물과 쉬"를 번갈아 가며 외치는 아이의 행동에 결국 터졌다. 아니면 며칠 잘 참다가 물을 쏟은 아이에게 폭발했다. 이런 상황들이 몇 년간 반복되면서 점점 육아에 지친다. 그리고 상담센터에 연락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훈육법을 알려주세요

어떻게 훈육해야 할지 알려주세요

훈육을 잘하고 싶어요 




아동상담을 시작하면서 훈육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생각하는 양육의 우선순위가 훈육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담 현장에서 많이 받는 질문은 훈육이다 보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훈육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 훈육이라고 하면  "무섭다 / 화낸다 / 엄하다 / 내 말을 들어라 /복종" 같은 느낌과 체벌을 떠올린다면 오해다. 훈육은 사전의 정의와 같이 품성이나 도덕을 가르쳐 주면서 기르는 것이다. 화내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다. 


품성이나 도덕을 가르치기 위해
화가 나는 것은
감정의 문제지
훈육의 문제가 아니다. 


둘째, 훈육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훈육은 지금 당장 부모의 말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완결이 아닌 과정 중이기 때문에 서투를 수 있고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화가 난다. 넓게 보면 생활 전반에서 일어나는 것이 훈육일 수 있다. 장난감 정리를 하지 않는 아이를 따끔하게 가르치는 시간만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장난감을 정리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훈육이다. 연령에 맞게 차근차근 정리를 가르치는 것이 먼저다.  



훈육은 "좋은 습관"을
가르치고 기르는 과정이다. 



셋째. 좋은 훈육을 위해 준비되어야 할 것이 있다. 훈육은 누가 하는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안정애착을 맺은 양육자가 말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안정애착과 소통이 기본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안정애착 관계인 부모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과 행동으로 하는 훈육이 좋은 훈육이다. 


안정애착은 태어나서 아이에게 보여주는 민감함, 반응성 그리고 일관성을 기초로 한다. 아기가 춥다고 느꼈을 때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얼른 따뜻하게 해주는 반응을 일관되게 해 주면 안정감을 느낀다. 안정애착은 표정과 느낌도 중요하다. 애착은 욕구와 본능이 강한 신생아 때부터 성인까지 계속 형성된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면서 소통을 하게 된다.  아이가 말을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언어발달에 따라 알아듣는 능력과 표현하는 능력이 차이가 생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는 3살인데 13살처럼 대화할 때가 있다. "장난감 정리해라. 치워라" 보다는 "인형을 바구니에 넣기"나 "블록은 상자에 넣기"라고 행동으로 보여주며 소통해야 한다. 아이가 인형을 바구니에 넣었을 때  "그렇지 맞아"라고 긍정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또 소통은 언어적 소통도 있지만 눈빛, 표정, 목소리톤, 말투, 행동, 분위기 같은 비언어적 소통도 있다. 아이들은 언어의 내용보다 느낌이 더 중요하다. 말도 통하고, 눈빛도 통하고, 손 발도 통하고 마음이 통해야 소통이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소통하려면 평소 소통의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 소통의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는 부모와 애착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니 애착관계와 소통은 짝꿍이다.  


애착과 소통이 잘 되면서 점점 권위 있는 부모와 행복한 자녀 관계가 만들어진다. 부모의 말을 들으면 칭찬과 격려 그리고 응원을 들을 수 있다는 긍정적 경험치가 쌓이면서 "부모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이 장착된다. 


기억할 것은 아이가 항상 바로바로 부모의 말을 듣고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체력이다. 여러 번 반복적으로 가르쳐줄 수 있는 힘은 인격이 아닌 체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결국 민감하고 일관된 반응을 하며 소통하는 힘에 체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좋은 훈육을 위한 준비물은
안정애착 관계, 소통 그리고 체력이다.  


     

넷째, 자녀와 안정애착이 맺어졌고 잘 통한다면 좋은 훈육의 준비가 된 것이다. 결국 훈육은 말과 행동으로 일상에서 하는 것이다.  뭔가 바꾸어야 한다면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지시하자.  짧고,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하자. 명령도 아니고 사정도 아니다. 가끔 애걸복걸하거나 오랜 시간 설득을 하는 부모를 보게 된다. "자기 전 양치, 던지지 않기" 같은 절대적으로 해야 할 것은 설득보다는 간결한 지시로 하자.  


엄마는 놀이담당, 아빠는 훈육담당으로 역할을 나누지 않아야 한다. 가끔 놀이터나 마트에서 영상통화로 아빠나 어린이집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문제를 해결하는 엄마를 보곤 한다. 그렇다면 엄마는 앞으로 아이에게 권위가 없어진다. 아빠 엄마 둘 다 안정애착과 소통을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 


부부가 정확하고 명확한 같은 규칙을 가지고 해야 할 것은 정확하게, 하지 말아야 할 것 명확하게 아이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러니 부부가 양육에 대해 자주 소통을 해야 한다. 기억하자.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지시

짧고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지시
명령도 아니고 사정도 아니다. 

                           



아이가 상처받을 까봐 단호하게 말을 못 하겠다는 분들이 있다. 애착과 소통 없이 단호하게 말하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평소 부모 자녀가 안정 애착 관계이고 대화과 마음이 통하면 따듯하고 단호한 지시가 된다. 


보풀 제거 하는 법, 떡볶이 하는 법, 먼지 제거 하는 법처럼 방법과 기술로 훈육법을 마스터하고 싶다면 이 글은 매우 실망일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라는 마음이 든다면 우선 오늘부터 체력을 위한 노력과 아이와 소통하는 시간 갖기를 시작하자. 걸어도 좋고, 운동을 해도 좋다. 아이와 놀아도 되고 그림을 그려도 된다. 아이와 매일 소통하다 보면 아이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이 되고, 부모 역시 아이의 마음을 민감하게 알게 된다. 이런 시간을 다져가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하게 가르치자.  


곧 따뜻하고 단호한 훈육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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