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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폰 없는 학교

소망

by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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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26년 1학기부터 수업 중 초 중 고등학교에서 스마트기기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수업뿐 아니라 학교 내에서 스마트 기기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기사에 괜스레 여러 가지 소망이 생긴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의 반대도 있고, 해외의 사례를 들며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어떤 모양으로 시행될지는 내년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두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 아이들과 부모의 상담사로 바라는 것들이 생겼다.




스마트 폰 보느라 못 봤던
친구 얼굴을 봤으면 한다.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SNS에서 댓글, 채팅, 톡이 아닌 온기와 생기가 보이고 느껴지는 또래관계를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화를 하다가 서로 깔깔깔 웃기도 하고, 위로도 하고, 갈등도 생기고, 사과도 해보고, 문제 해결도 해보았으면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인 당연한 것들을 바란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다. 하지만 스마트 폰을 보느라 미쳐 못 들은 친구의 목소리를 대화하면서 들었으면 한다.





스마트 폰 없이 빈 시간을
스스로 채워나가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

심심하고 무료한 시간을
채울 거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창밖의 구름도 보고, 빗소리도 감상하고, 바람과 낙엽을 구경해도 된다. 자발적으로 책도 읽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동안 스마트 폰 보느라 못 본 스마트 폰 밖의 세상을 구경해도 좋다. 빈 시간 가만히 앉아서 쉬는 것도 추천한다. 약간의 틈만 있어도 습관적으로 당연하게 스마트 폰을 꺼냈다면 이제 다른 거리들을 찾고, 해 보면서 빈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갔으면 한다.




스마트 폰 없어도
재미있다는 느낌을 알았으면 한다.

쇼츠, 게임, 틱톡 같은 짧은 영상 속 즐거움과
다른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다.


공기놀이, 푸른 하늘 은하수, 빙고 놀이, 오목, 알까기..... 스마트 폰이 아닌 아날로그 적인 놀이를 하면서 즐겁고, 재미를 알아가길 바란다. 처음에는 시시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경험해 보면 스마트 폰이 주는 즐거움과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라 믿는다.




스마트 기기가 주는 학습 효과, 필기 효과에 대한 아쉬움의 의견도 있고, 금지보다는 조절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의견, 수업시간에 몰래 스마트폰 사용으로 수업 진행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 지나친 SNS 사용으로 사이버 범죄 우려 의견도 있다.


많은 의견들이 종합되어 학교에서 스마트 폰 사용이 금지되어도, 학교 밖에서 사용할 것이다. 그러니 학교 안에서 스마트 폰 없는 생활을 할 때 느끼고, 알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을 해 보길 기대한다.



ps, 아들아 세상엔 보고 듣고, 만지고 부대끼며 느낄 것이 많단다. 스마트 폰으로 시야가 좁아지는 것이 안타까워 아직까지도 스마트 폰을 사주지 않았단다. 스마트 폰을 보는 친구들 속에서 길을 보고, 날씨를 느끼며 걷는 너희가 고맙단다. 혹 자는 뒤쳐지면 어쩌냐고 친구 못 사귀면 어쩌냐고 염려의 말을 하기도 했었지.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 엄마는 조금 더 보고 조금 더 듣고 조금 더 느끼고 스마트 폰을 사줄 예정이야. 스마트 폰 없는 세상을 마음껏 누리고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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