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사춘기

아들들의 변화

by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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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잔이었던 컵이 두 잔으로 줄었다.

네 개였던 포크가 두 개로 줄었다.

네 개였던 아이스크림이 두 개로 줄었다.



2025년 핸드폰 사진엔 아이들의 사진이 현저하게 줄면서, 이런 사진이 많아졌다. 어디를 가던지 따라다녔는데 6학년이 되면서 따라다니지 않는다. 마트 가자, 외식하자, 카페 가자고 하면 나라를 잃은 표정으로 꼭 가야 하냐고 되묻는다. 꼭 가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면 엷은 미소를 띠며 방으로 들어간다.


유치원 때 엄마 아빠 둘이 얼른 장을 보고 오겠다고 집에 있으라도 해도 꾸역꾸역 따라나섰고, 엄마 친구들과의 모임도 따라가고 싶어 했다. 둘이 외식은 꿈도 못 꾸는 일이었고, 카페는 당연히 4명 한 세트로 움직였다.


남편과 여유 있게 카트를 밀면서 웃음이 났다. 둘이 여유 있게 밥 먹고, 찬 한 잔 하는 호강이 나에게 있을 줄이야. 엄마 아빠 언제 들어오냐는 카톡도 없고, 뭐 먹고 싶다는 연락도 없다. 그저 평온하다.


아들 쌍둥이를 키우면서 정신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육아 선배들은 따라다닐 때가 좋을 때라고 하지만 얼른 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혼자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싶고 심심하게 혼자 밥 먹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되었다.


2025년 초등학교 6학년 아들들은 사춘기라는 문을 열었다. 사실 이미 예고가 있었다. 아들방에서 알 수 없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으로 변했다. 검정 맨투맨, 검정 후드티, 검정 바지, 검정 운동화.... 약간 다른 색이 있다면 회색, 네이비 정도였다. 검정으로 변하던 시절까지는 그래도 어린이 같았다.


6학년이 되면서 변성기가 오고, 키가 훌쩍 크면서 코밑이 거뭇거뭇하다. 발가벗고 뛰어다니지도 않고, 길을 걸을 때 손을 잡지 않는다. 기분 좋을 때 추는 깨발랄 춤도 사라지고 오두방정도 없다. 그저 구슬픈 장송곡 느낌으로 배고프다는 말과 뭐 간식을 먹고 싶단 말을 할 때만 엄마를 부른다.


심부름을 시키면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며 간신히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밥 먹으라고 하면 나와서 밥 먹고 방으로 들어간다. 숙제한다고 방으로 들어가고, 빨래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고, 자러 방으로 들어간다. 한 마디로 한 집에서 얼굴 보기 힘들다.


가장 큰 변화는 자신과 타인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판단한다. 상황을 보는 눈과 이해의 폭이 컸다. 대화를 하면서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부모를 관찰하고 판단한다. 부모의 상황도 보인다. 얼렁뚱땅 속이거나 얼버무리기엔 머리가 큰 것이다. 그러니 신중하게 아이를 대해야 하고, 큰 만큼 인정해야 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자율성, 주도성, 친밀성, 책임감 등등의 단어들이 떠오르면서 사춘기의 기승전결을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담자로 만나는 청소년들의 사춘기와 아들로 만나는 사춘기는 조금 다르다. 청소년 상담하는 엄마가 겪는 청소년 아들의 사춘기를 기록해 보고자 한다.


사춘기는 터널과 같아요.

터널 초입은 그나마 빛이 있지만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어둡죠.
서로 발도 밟고, 어깨도 밀 수 있어요.

중요한 건 터널을 나올 때에요.
그때 밟아서 미안하다.
그때 일으켜 줘서 고맙다
함께 있어 힘이 되었고,
무사히 나오니 기쁘다.

손잡고 나와야죠.


추신 1. 터널의 초입에서 가운데로 향하고 있습니다. 터널 안 상황을 조금씩 기록해 보겠습니다.

추신 2. 삐딱한 말투와 눈 빛으로 깊은 빡침의 순간이 여러 번 있었어요. 이 스토린 다음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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