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쿠스코에 도착했다. 리마에서 쿠스코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비행기와 버스.
페루는 고속도로가 잘 닦여있지 않아, 버스로 올 경우 2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그래서 우리는 비행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 방법에도 단점은 있었다. 리마는 낮은 고도를 가진 도시. 쿠스코는 해발 3000미터 높이에 지어진 도시. 버스를 타고 천천히 올 경우 신체는 훨씬 잘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갖는다. 하지만 비행으로 단 몇 시간 만에 달라진 고도에 도착한 나의 몸은 아직 그것에 적응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공항에 내리니 바구니에 코카잎이 담겨 있어 가져 갈 수 있도록 해놓아져 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고산병을 위한 거구나......
우리 숙소. 큰 방을 받았다. 근데 항상 약간 추웠던 기억.
호텔에 짐을 풀고나서부터 뭔가 몸의 이상을 느꼈다. 가만히 있는대도 심장이 빨리 뛰며 숨이 차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다가 좀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바에 가서 도착기념으로 난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하지만 남편은 현명하게도 코카잎 차를 주문했다. 남편이 내게 괜찮겠냐고 물었다, 별로 좋지 않은 선택 같다면서...
그때부터 고생이 시작되었다. 숨찬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아, 맥주는 별로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구나,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어쩌면 꼭 맥주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안 마시는 게 낫긴 했을 것이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고산병" 이란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으러 가서도 별로 잘 먹지 못했다. 심장이 계속 펄떡거리니 식욕도 없었다. 잠자리에 들어서는 두통까지 더해져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두통은 계속되었다. 남편도 두통이 있다고 했다. 증상이 더 심해져서 밥도 안 먹히고 눈물만 났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2-3일 정도 있으면 낫는다고 하는데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약국을 가서 구글 통역기로 고산병을 얘기하고 약을 받아 복용했다. 조금씩 나아지는 듯싶더니 다음날에는 꽤 많이 괜찮아졌다.
처음엔 고산병으로 힘들었지만 4일 동안 그래도 바쁘게 돌아다녔다. 근데 거기다가 나의 핸드폰이 마침 고장 나 충전이 전혀 안 되기 시작했다. 큰일이다... 아직 여행이 몇 개월이나 남았는데! 아쉬운대로 가져갔던 태블릿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거라도 있어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가지고 다니기도 크고 해서 좀 불편했다.
마침 큰 상가에 핸드폰 수리하는 곳을 발견하고 그 곳에 가능한 몇 단어와 구글에서 찾은 단어를 섞어가며 한 의사소통으로 핸드폰을 성공적으로 수리했다! 얼마나 기쁘던지!
유명한 쿠스코의 전통 시장
우리가 쿠스코에 도착했을 때(2월 10일) 어떤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다들 길거리에서 물총으로 서로들을 쏘면서 즐기는 행사였다. 근데 그 물이 비눗물(세젯물) 거품 같은 것이었다. 다들 비눗물에 젖어 다니고, 길바닥도 흥건히 젖어있었다. 관광객들은 젖을까 봐 매우 조심이 피해 다니고 있었는데, 간혹 물총을 사서 같이 쏘며 즐기는 관광객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