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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Feb 15. 2023

옛 친구가 좋은 이유

절제와 편안함

내게 친구는 두 종류가 존재한다.

하나는 추억 속의 친구, 또 하나는 편안한 친구다.

추억 속의 친구를 얘기하자면 떠오르는 친구들이 참 많다.

날 문학으로 이끌어준 친구, 내게 침착함이라는 걸 가르쳐준 친구, 격변해 날 놀라게 했던 친구 등등.


그중 한 때 개그우먼이 돼 날 찾아왔던 초등학교 친구도 있다.

그 시절부터 입담이 예사롭지 않았다 여겼었는데 대학생이 된 후 어느 날 오랜만에 연락을 해와 만나게 됐다.

그리고 그 친구 왈 "야! 너 왜 이렇게 변했어? 그것도 완전히?"라고 말해 날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그 친구는 초등학교 시절 앞에 나와 연극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장기자랑했었던 내 모습만 기억하나 보았다. 해서 내가 꽤나 발라당스러운 여자로 변했을 걸로 짐작했었나 보았다.

그러면서 그래도 대학생이 된 내가 자랑스러웠는지 내게 같은 방송국 가장 잘 나가는 개그맨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사실 난 그 개그맨 자체엔 전혀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송국 구경엔 호기심이 나서 걔 말대로 한 번 구경 가겠다고 대답을 했고, 그래서 결국 방송국을 방문하게 됐다.

그때 잘 나가는 몇몇 개그맨, 그리고 쇼프로그램 진행자 등 몇몇에게 날 소개하며 내 친구는 자랑스러워했다.

"내 친구 예쁘죠? 얘가 리틀미스 코리아 진이었어요."라는 멘트와 함께.

하지만 그 친구와 오랜 시간 만나지는 못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몇 번 더 우리 집을 방문했고, 다른 친구 소식도 간간히 내게 전해줬지만 어쩐 일인지 연락이 뜸하다 끊기고 말았다.


문학으로 날 이끌었던 중학교 시절 친구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조숙했던 편이라 당시 다른 친구들이 경계의 눈빛을 늘 보내곤 했다.

"XX아! 쟤 소문이 안 좋아! 늘 혼자에다 뭔가 분위기도 그렇고 암튼 맘에 안 들어. 쟤랑 놀지 마!"

난 그런 말에도 개의치 않고 그 아이와 만나 문학, 작가 얘기도 나누고 성숙한 그녀의 세계관에 조심스레 발을 디디며 그 아이를 경외했었다.

그러다 그 아이와도 연락이 끊어져버리게 됐다. 기억도 가물거리는 지경에 이르렀고 말이다.


또 한 친구는 내가 참 좋아했던 친군데, 중등학교 시절 그렇게 범생이였고 순둥순둥했던 아이가 대학생이 된 후 격변한 모습에 놀랬던 기억이 선명하다. 

난 걔네 아버지께서 유명 대학 교수에, 오빠들 역시 다 그 대학 출신에, 이 친구까지 그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많이 부러웠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아버지 덕(?)으로 대학을 들어간 거라고 했다. 분명 중학교 때는

공부도 꽤 잘했던 친구였는데, 고등학교 때는 방황했다는 이야기도 들렸고, 내 눈으로 직접 놀라운 장면을 목격해 어느 정도 그런 소문에 신빙성을 갖게 됐다.

마음이 많이 아팠던 기억이 떠 오른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그 친구가 날 피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슬픈 추억으로 남아있다. 


난 내가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했기에 대학교 시절 만났던 친구들과는 일찌감치 연락이 끊겼다.

지나고 보니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그 시절 난 자발적으로 친구들과 거리감을 두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난 너희들과 급이 다르거든?'이라는 오만하고 재수 없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너무 어렸었고, 대학교 시절에는 그런 이유로 사실 내게 남은 친구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친구뿐인데, 그나마 친했던 친구들 대부분은 유학 이민으로 해외에 나가 많이들 살고 있고, 유일하게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는 중학교 3학년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뿐이다.

참, 그전에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 몇을 만나기도 했었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아니면 친구에 대해 속속들이 알 기회가 없어서 그런 건지 뭔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일대일 관계로 만나지 않다 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깊어져 한 두 명 만나는 걸로 만족하고 있다.


중학교 때 만났던 친구들과는 시시콜콜 내 인생사 다 보여주고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지내다 보니 그 누구보다도 맘이 가고 정이 깊은 사이가 됐다.

다들 착하고, 책임감 강하고, 오랜 추억을 공유하다 보니 몇 년을 지나고 만나도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아무리 친해도 서로 선을 넘으면 그 관계는 유지하기가 어려운 법인데, 이 친구들과는 그런 걱정할 것 없이 그저 편안하고 또 편안하다.

그렇다! 좋은 관계는 서로에게 부담 주지 않으면서도 편안한 관계 바로 그것이 맞다!라는 걸 이 친구들을 통해 여실히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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