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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Mar 05. 2023

집으로

이스탄불 공항 체험기


이번 한국방문은 원래 3개월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 달 20일을 조금 넘기고 집으로 돌아오게 됐다.

또한 예정돼 있던 이스탄불 관광도 포기해야만 했다.


원래 내가 사는 곳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여정은 보통 토론토나 밴쿠버를 거쳐서 이뤄진다.

간혹 비행기 티켓이 좀 더 저렴한 미국을 들르게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그런데 문제라면 규모가 큰 캐나다 항공회사는 에어캐나다가 유일하다 보니 서비스가 가히 좋지 않다는 그것, 더불어 음식맛도 형편없기에 선택하기가 꺼려진다는 점이다.

물론 토론토나 밴쿠버에서 우리 국적기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역시 가격 면에서 만만치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애매해 이용에 한계가 있다.


올 한국 방문 전에 티켓을 검색하다 우연히 가격이 좋은 터키항공을 발견했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태평양이 아닌 대서양을 거치는 탓에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단점은 있지만 색다른 여행 경로에 솔깃하던 차 돌아오는 

여정에서 레이오버시간을 보니 너무 길어 첨엔 포기할까도 생각했었다. 장장 21시간을 훌쩍 넘겨 공항에서 체류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오래 공항에서 죽칠 바에야 아예 스톱오버로 해서 이스탄불 관광을 하면 어떨까?'

스톱오버 요금을 검색해 보니 원래 비행기 요금보다 고작 50달러 정도가 비싸 난 속으로 환호하며 그걸로 결정했다.


그 결과 몬트리올-이스탄불-인천공항, 그리고 돌아올 때는 인천공항-이스탄불 2박(원래는 3박이었는데 결재 후 바로 다음날 비행기 편이 하루 뒤로 미뤄지게 됐단 연락을 받아 피치 못하게 2박으로 변경했다.)-몬트리올

이렇게 여정이 정해졌다.


그랬는데 결론적으로 나는 귀국날짜도 변경하고 이스탄불 2박 관광도 포기하고 서둘러 몬트리올로 돌아왔다.

그 이유는 남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였다.

아주 대단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길고도 혹독하게 추운 몬트리올의 겨울을 홀로 보낸 적이 없었던 남편으로서는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었고, 다음으로는 그런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 상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던 거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내게 더 의존하는 남편에게 진한 연민의식이 느껴졌다.

친구를 좋아한다거나 사회적인 활동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남편으로선 내가 가장 친한 벗이자 동반자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제부턴 남편 곁을 떠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도 이번 기회에 굳히게 됐다.

연로해진 부모님 걱정이 많이 앞서 무리해서라도 1년에 한 번씩은 한국방문을 단행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부턴 내 가족을 좀 더 챙겨야겠단 의지도 다시금 불살랐다.


그렇게 난 한국을 떠나 길고 긴 비행 끝에 튀르키예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다행히(?) 이번 레이오버시간은 9시간 25분이었다.

지금부터는 이스탄불 공항에서의 개인적인 경험담 내지 약간의 불만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는데...


먼저, 지금까지 경험한 타 공항과는 다르게 이스탄불 공항은 무료와이파이 시간이 겨우 1시간이었다. 여권을 키오스크에 입력한 후 비번을 받아 사용하게 되는데 1시간이 지난 후 더 원한다면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긴 하지만 문제는 비싼 비용. 온종일 사용하려면 9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둘째, 요기할 요량으로 식당가를 찾았는데 비몽사몽 푸드코트라는 사인만 보고 위층으로 올라갔더니 튀르키예 현지식을 파는 식당은 한 곳도 보이지 않고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만 보였다. 원래 패스트푸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할 수 없이 그나마 나아 보이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향했고, 반쪽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가격을 확인하지 않은 건 분명 내 잘못이지만(사실 그럴 힘도 정신적 여유도 없었고) 반쪽 샌드위치에 235리라, 레몬티 하나에 100리라를 지불했다. 그렇게 주문한 샌드위치를 먹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식당들이 보였다. 해서 나는 샌드위치를 먹다 말고 급히 아래로 내려갔다.

어느 정도 배가 불렀지만 다른 음식보다 이스탄불에 들르게 되면 꼭 먹어 보고 싶었던 '카이막' 파는 곳을 서둘러 찾았고, 한 곳을 발견했는데 그곳은 위층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정갈하고 멋진 레스토랑이었다.



호젓한 분위기에 편한 의자에 앉아 카이막과 카푸치노 한 잔을 주문하고, 음식과 음료가 나오길 기다렸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과 음료가 도착했고, 난 편한 마음으로 그것들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레스토랑 서비스 차아지 24.20리라 포함, 도합 266. 20리라(카이막 132리라, 카푸치노 110리라)를 지불했다.


지불하고 나오면서 순간 머릿속에서 번쩍하는 뭔가가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소다 한 캔과 레스토랑 카푸치노 한 잔 값이 겨우 10리라 차이라는 게? 비록 닭고기는 없었지만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더 많은 돈을 지불했다는 게? 따져보니 레몬티는 우리나라 돈으로 6,885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꼼꼼히 안 살펴본 내 책임이지!

난 애써 마음을 달랬다.



여전히 시간이 많이 남아 나는 공항 이곳저곳을 다니다 유용할 듯싶은 정보를 수집해야겠다고 맘먹고 공항 내 시설, 그중에서도 호텔 시설에 대해 알아봤다.

일단 나처럼 오랜 시간 레이오버해야 하는 이들에게 유용할 수 있는 시설로는 'YOTEL AIR'라는 호텔이 있었는데, 최소 시간은 4시간으로 비용은 131유로였다.

그리고 무거운 짐을 맡겨 놓을 수 있는 시설도 있었는데. 비용도 괜찮아 보였다.


그외 이스탄불 공항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한국을 방문할 때도, 이번 몬트리올로 돌아올 때도, 난 공항 면세점에서 간식거리를 쇼핑했었는데 두 번 다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 게 바로 그것이다.

큰돈도 아니고 잔돈 몇 유로를 안 내주는 캐쉬어들로 인해 기분이 언짢아지고 말았는데, 자칫 그들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전체 튀르키예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지 않을까 적이 염려가 될 정도였다. 나는 굳이 왜 잔돈을 안 주느냐고 물어 받아냈지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있다는 건 그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해 보였다.


이렇게 이스탄불 공항에 대한 내 개인적인 체험을 읊어봤는데, 만약 내게 평점을 준다면 몇 점을 주겠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4점을 주겠다고 말하겠다.

그것도 레스토랑에서 카이막과 카푸치노를 먹고 마신 다음 돈을 다 지불하고 밖으로 나왔다가 도무지 게이트 정보를 받기 전까지 앉아 있을 곳을 찾지 못해 한 바퀴 공항을 돈 후 다시 레스토랑으로 돌아가 아까 여기서 차와 음식을 먹었는데 좀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해서 호감도 올라간 덕에 그 점수다.

만약 그런 좋은 기억조차 없었다면 점수는 더 내려갔을 게 자명한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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