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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Mar 03. 2023

나 홀로 홋카이도 여행 3

노보리베츠 석수정 호텔

노보리베츠 석수정(세키스이테이) 호텔은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인 듯 보였다.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렸고, 특히 온천을 할 땐 한국 아줌마들의 대화가 두드러졌다.

나 역시 친구 혹은 가족들과 왔다면 그들처럼 떠들었겠지만 그래도 목소리를 조금 낮추는 정도의 예절이 아쉬웠던 건 사실이었다.

한국인들에 비해 일본인들은 전혀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으니.


그건 그렇고...

일단 호텔방을 배치받은 후 나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제부터 제대로(?) 호텔을 즐기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머리를 굴렀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언제, 어떻게 온천을 즐길 것인가가 관건이었으니 말이다.

이 호텔엔 대온천장이 두 곳이 있었는데, 내가 머무는 건물의 것보다 옆 건물에 있는 온천장엔 노천탕이 있어 그곳이 더 맘이 갔다.

해서 나는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 다음 그곳부터 공략(?)할 결심을 굳혔다.


드디어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호텔에서 시간을 지정해 줬다!).

석수정 호텔은 일본 전통 카이세키 요리가 아닌 뷔페식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뷔페가 아닌 카이세키 요리를 따로 주문해 먹을 수 있는 곳도 존재했다)

사람에 따라 평판이 좀 나뉘긴 하지만 사진으로 뷔페 메뉴가 무난해 보이긴 했기에 먹는 것에 그리 까탈스럽지 않은 나는 어느 정도 기대를 했다.

그리고 식당에 도착한 나는 일본 특유의 정갈한 메뉴와 차림에 만족했다.

그중에서도 솥밥과 직접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화로에 급호감이 생겼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철저하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특히 뷔페식당에서는 일종의 의무사항이기에 마스크 착용을 꺼려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조금 곤역스러웠던 게 사실이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위생장갑을 껴고 음식을 조그만 식판에 담고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나는 호기롭게 맥주를 주문했다.

사실 나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편에 속하지만 홋카이도까지 와서 삿포로 맥주를 맛보지 않을 수 없을 거 같아 가장 작은 사이즈로 주문하기에 이른 것이다.

음식을 먹고 배달된 맥주를 한 잔 들이켜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소 잘 마시지도 않고, 즐기지도 않지만 이럴 땐 캬아아~ 하면서 흔쾌한 기분이 되어야 하는데 어째 여전히 쓰다고 느껴질까?'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난 작은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하고 직원에게 남은 맥주를 방으로 가져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우리 식당에선 음식이 외부로 반출되지 않습니다."

겨우겨우 영어로 설명을 하는데, 반도 마시지도 않고 돈을 내야 하는 게 아쉬웠던 나는 다시 한번 부탁했다.

내가 텀블러를 가져오면 거기 넣어갈 수 있겠느냐고. 그랬더니 난감한 표정과 함께 매니저에게 물어보겠다고 하곤 돌아와서 이번에만 특별히 허락해 주겠단다.

난 고개 숙여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쳤고, 맥주잔을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굳이 남은 맥주를 가져온 이유는 아까운 것도 아까운 것이지만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온천을 마치고 돌아와 시원하게 마실 요량으로 그러한 것이었다.

해서 난 잔을 냉장고에 넣은 다음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기대했던 온천장으로 향했다.



온천의 물온도도 괜찮았고, 노천탕이 있어 그게 참 좋았다. 목아래는 따끈하되 머리 위는 시원한 그 느낌은 꽤 상쾌하면서 괜찮은 그것이니까.

모든 게 좋았고 위에서 말한 대로 한국 아주머니들의 소음만 없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곧 난 맘을 고쳐먹었다.

'그래! 독탕도 아니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수밖에.'

그렇다고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그걸 즐긴 것은 아니지만 애써 그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대신 현재의 낭만에 집중하려고 애썼다는 말이 되겠다.


그리고 온천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예의 그 남은 맥주를 들이키며 그제야 시원한 맥주의 맛에 감동하고 말았다.

'역시! 목욕 후 시원한 건 뭐든 다 맛있군! 맥주마저 맛있잖아!'


잠을 청했지만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는데, 그마저도 새벽에 눈이 떠져 난 멀뚱멀뚱할 바에야 이른 목욕을 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새벽 3시 아무도 밟지 않은 온천욕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잠시 몸을 덥히다가 방으로 돌아와 다시 잠에 빠졌는데, 그만 알람을 듣지 못하고 정해진 아침식사 시간을 30분이나 넘기고서야 눈을 뜨고 말았다.



*** 아래 사진은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의 석수정 온천모습과 카이세키 요리 사진을 공식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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