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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노마드 Feb 27. 2023

나 홀로 홋카이도 여행 2

뭐가 어찌 됐든 그들의 친절함이란~

호텔로 급히 돌아온 나는 여권만 챙겨 쌩~ 달려 나갔다.

밖의 눈발은 조금 수그러들어 있었고, 난 급한 마음과 함께 빠른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다시 돈키호테에 입장했고, 맡겨 놓은 물건과 아까 그 점원을 찾았다.


바쁜 와중에도 점원 왈 "여기선 약품은 계산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 물건과 함께 약품 판매소 쪽으로~"

아까 하던 말을 다시금 반복하더니 아예 내 장바구니를 들고 나를 그쪽으로 안내했다.

그들의 성실함과 친절함에 감사의 마음이 다시금 솟구쳤다.


흔히들 일본인들의 내면엔 이중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남에게 민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그들은 겉으론 아주 예의 바르지만 속으론 냉정하다고들 한다.

뭐가 진실이든 난 그들의 친절함이 참 좋다. 

예의 바르고 차분함을 견지하는 다소곳한 태도, 말투 모든 게 편안하다.

아마 이런 느낌은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인간은 상대적이라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 나 역시 차분해지면서 다소곳해진다.


물건을 구입하고 알려준 대로 4층으로 가 세금감면까지 받았는데, 신속한 그들의 서비스와 효율성에 다시금 놀랬다.

기분 좋게 물건을 구입하고 길을 나서며 잠시 갈등했다.

다소 무거운 짐을 메고 들고 이대로 호텔로 직행할 것이냐, 아니면 JR타워 전망대에 들러 삿포로에서의 마지막 밤을 좀 더 즐길 것이냐!


물론 난 후자를 택했고, 가는 길에 간식거리도 챙겼다.

조식이 포함되지 않았으니 아침에 간단하게 차와 함께 먹을 카스텔라, 아몬드와 멸치가 섞여있는 주전부리용 스낵, 차가운 밀크티와 녹차 등을 구입하곤 서둘러 JR타워 전망대로 향했다.



삿포로 JR기차역에서 이미 받아놓은 쿠폰으로 할인을 받은 금액 640엔을 지불하고 38층 전망대에 오르니 세상 밖이 온통 흰 가루투성이었다.

'아! 밤의 정취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로군!'

사실 몬트리올에서 남편과 나는 겨울이 되면 일상적인 산책 외 외출을 자제할 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도 일찌감치 끝내는 편이다.

해서 어둑해진 뒤 길거리를 헤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기에 오랜만의 야경에 감탄이 흘러나온 것이었다.


360도 전망대답게 사위가 시원스럽게 눈아래에 펼쳐지고 있었고, 고요함 속에 반짝이는 불빛과 눈발이 묘하게 조화로웠다.

난 아이스티 하나를 주문해 자리 잡고 앉았다.

잠시 눈아래 광경에 눈과 마음을 빼앗겼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10시에 클로징 하는데 대략 9시 반에 도착했었다)을 상기하며 아쉽게 발걸음을 옮겼다.


호텔로 돌아와 피곤해진 몸을 욕조에 담그니 그제야 휴식을 위한 여행이 실감 났다.

'가족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정말 오길 잘했어~'

를 다시금 되뇌며 목욕을 즐겼고, 목욕을 마친 뒤엔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준비를 마친 나는 호텔 리셉션니스트에게 전화를 부탁했다.

체크아웃 후 가기로 되어있는 노보리베츠 호텔에 픽업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그때까지 메일로 확답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어로 전화를 해 보더니 그녀가 이미 예약이 되어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전했다.

확인메일을 이미 보냈다고 하며 호텔 예약 번호와 내 이름으로 확인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시 체크해 봐도 확인메일을 찾을 수 없었지만 일단 그녀의 말에 안심했고 나는 송영버스를 타야 할 곳을 확인하기 위해 삿포로 JR기차역으로 향했다.

그전에 삿포로 구청사에 들러 사진 한 장 찍고, 이른 점심을 먹게 될 '카니혼케' 대게집 위치를 확인해 놓는 것도 잊지 않았고.



투어리스트 데스크에서 송영버스 정류장에 대한 정보를 받아 든 후 나는 JR타워 전망대를 다시 방문했다.

어젯밤 제대로 구경 못 한 것에 대한 약간의 회한을 낮의 전경 감상으로 대치할 작정으로 난 전망대 매표소로 향했고,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매표소 직원의 얼굴이 울상이 되면서 말한다.

"죄송하지만 재방문은 불가능합니다."

그게 뭐 그렇게 울상까지 될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역시 그들은 친절함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민족이 확실하다는 걸 절감했다.

그런 부탁을 했던 내가 차라리 미안해질 지경에 이르렀고, 난 알았다고 그러면 옆에 있는 것 사진이나 좀 찍겠다고 말하곤 급히 자리를 떴다.




아래로 내려와 선물용 디저트 파는 곳을 들러 세금감면을 받고(대략 5400엔 이상이면 세금감면 대상이 되는 듯 보였다) 구입 후 호텔로 돌아갔다.

체크 아웃을 했고, 내가 가려고 하는 '카니혼케' 식당에 예약해 줄 수 있는지 물어 리셉션니스트가 전화를 해 보더니 11시 반 오픈인데, 그때 방문하면 예약이 따로 필요치 않다는 말을 전했다.

감사의 인사 후 난 호텔 로비에 잠시 앉아 있다 식당으로 향했다.



제일 먼저 식당에 도착, 안에 들어간 나는 잠시 기다려달라는 동안 그곳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고, 잠시 후 룸으로 안내됐다.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들이 예의 있는 어감과 태도로 맞아주었고, 난 기대에 차 메뉴를 들여다봤다.

점심 메뉴는 다소 가격이 저렴(합리적이라는 말이 더 적당할 듯싶다!)했지만 이왕 방문한 김에 좀 더 퀄리티가 높은 카이세키 요리를 맛보고 싶었다.

해서 난 두 번째로 비싼 코스를 주문했고, 역시 기대에 차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후 차례차례 음식이 나오는데, 가짓수도 그렇게 많지 않고 가성비로 보자면 그리 훌륭한 편이 아니지만 맛만은 훌륭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료리오 젠부 잇쇼니 다시떼 모라에 마스까?"(음식을 한꺼번에 차려주실 수 있나요?)

이렇게 일본어를 연습하는 것 또한 빼놓지 않았고.



일단 삿포로를 방문한 목적(1박 2일 동안 잽싸게 구경하고, 쇼핑하고, 맛난 거 먹고)을 어느 정도 달성한 나는 흔쾌한 맘으로 역으로 향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에서 구입한 유심이 안 된다는 게 있었지만 사실 유심이 필요한 건 어제와 오늘이었기에 그마저 이미 내려놓은 상태.

약간의 흥분감을 간직한 채 나는 송영버스를 기다렸고, 드디어 버스에 올라 꾸벅꾸벅 졸다 눈을 떠보니 저 멀리 바다가 보여 도착지가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바야흐로 본격적인 휴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군!'

진정한 휴식 여행을 예감하며 살짝 흥분감에 휩싸이고 말았다는 말로 오늘의 이야기를 마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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