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노마드 Feb 25. 2023

나 홀로 홋카이도 여행 1

몬트리올을 닮은 삿포로?

겨울을 싫어하는 내가 굳이 이 겨울에 홋카이도를 택한 이유는 다분히 개인적이고 감상적인 것이었다.

몬트리올을 떠나온 후 그곳에 남은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플러스 함께 고통(? 혹독한 추위와 대책 없는 눈폭탄)을 나눠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눈왕국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그곳, 그중에서도 중심에 있는 삿포로의 정취는 몬트리올을 많이 닮아 있는 듯 보였다.

바둑판처럼 구획된 도심지, 추위를 피해 조성된 지하도시의 면면들, 그리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발까지~

그래서 따뜻한 남쪽 나라가 아닌 그곳을 가기로 결심했다.


생각보다 비싼 비행기 요금을 지불하고 이왕 간 거 좀 더 머무르면 좋았겠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훌훌 털고 어딘가로 가고 싶어 막상 즉흥적으로 계획한 여행이었지만 너무 오래 머물기엔 뭔지 모를 죄의식이 날 옥죄어왔다. 

그럼에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결행한 것이었고, 막상 도착해 보니 역시나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 도착해 발행기에서 시내로 향하는 기차표를 산 다음 기차에 올랐다.

대략 한 시간 후 삿포로 JR기차역에 도착했고, 우선은 배를 채워야 했다.

저가항공이라 그런지 비행기 안에서 식사는커녕 스낵도 제공되지 않아 가져간 과일 몇 조각을 먹은 게 다인지라 배가 많이 고팠다.

해서 이미 주워온 정보대로 기차역에 붙어 있는 '스텔라 플레이스'라는 쇼핑센터 식당가로 향했다.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회전초밥집에는 역시 긴 대기줄(번호?)이 있었고, 받아 든 대기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다 안 되겠다 싶어 우선 간단하게 뭐를 먹기로 작정하곤 차선책으로 찜해 놓은 곳으로 향했다.

"스미마센! 잇핀와 도 이끼마스까?"

내 발음이 틀린 건지 식당가에 있는 한 식당 종업원이 알아듣지를 못한다.

이를 어째! 싶었지만 한 번 더 반복했고, 여종업원분이 날 데려가 알려주는데 나 또한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고, 그마저도 맞지 않았다.

어찌어찌 나 스스로 화면에서 봤던 곳을 알아보고 그곳에 도착하니 거기도 대기줄이!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거긴 내 앞에 겨우 3명만 있을 뿐이라는 거! 

해서 난 가장 작은 사이즈로 '부타돈'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한 10분 정도 기다려 자리에 앉자마자 가장 작은 사이즈로 주문을 했다.

달콤 짭조름한 부타돈을 내 온 샐러드와 함께 먹으니 적당히 배가 차왔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 회전초밥집 '하나마루'로 향하다 우연히 '딘타이펑'을 발견하게 됐다.

한국에선 그래도 고급 딤섬집에 속하는데 여긴 푸드코트에 있네?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촉촉한 딤섬도 먹어봐야지 결심하며 그곳을 지나쳤다.


나중에 추가주문한 장어초밥은 급한 마음에 사진도 못 찍고 먹어버렸다는...


하나마루의 대기번호는 많이 줄어있었지만 여전히 내 앞엔 10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고, 난 잠시 갈등했다.

아침부터 쫄쫄이 굶은 내 배를 어느 정도는 채웠지만 아직 여유(?)도 있었고, 또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이곳을 찾을 시간적 여유도 이유도 없다는 걸 상기했다.

한 20분 정도 지나니 내 번호가 호명됐고, 드디어 나는 가게 안으로 입성, 잠시 후 자리를 배정받았다.

난 돌고 있는 초밥에 눈을 주는 대신 메뉴판에 있는 영어를 읽고 초밥을 주문했다.

"도로 후타츠, 아마에비 히토츠..."

그리고 아무리 봐도 내가 좋아하는 성게가 없길래 물었다.

"우니와 아리마셍가?"

여종업원이 나 대신 성게초밥 주문을 넣어줬고, 나는 앞에 놓인 뜨거운 물을 받아 녹차를 만들어 마셨다.

잠시 후 차례차례 초밥이 나왔고, 나는 신선한 그걸 흔쾌히 즐기며 만족했다.

내 옆 테이블에 앉은 젊은 한국커플은 나보다 먼저 왔지만 나보다 더 오래 머물며 제대로(?) 초밥을 즐기는 듯 보였다. 주문을 했다, 취소했다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거리로 나섰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비행기 안에서부터 유심이 터지지 않아 호텔을 찾아 헤매다 결국 난 다시 삿포로 기차역으로 돌아왔고, 투어리스트 인포에서 나이 지긋한 노신사분께 호텔 위치를 묻고 나서야 제대로 찾아갈 수 있었다.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나도 얼굴이 추워 마스크를 썼는데 안경에 김이 서리고 날은 어둑해져 가고 왠지 모르게 처량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지도상 가까워 보여 선택한 출입구는 에스컬레이터도 없어 한참을 핸들링 가방을 들고 걸음을 옮겨야 했다. 그나마 위로라면 가방이 무겁지 않다는 그것?

겨우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리고 체크인 후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삿포로에서의 1박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단 하나의 의지로 거리로 나섰는데 아뿔싸! 눈발이 또 거세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 그나마 한 손은 자유롭다는 걸 위로 삼아 삿포로 탐방에 나섰다.



먼저 도착한 곳은 TV타워. 호텔을 나서기 전 호텔 직원에게 물어봤었다. 만약 TV타워와 JR타워 전망대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디가 좋겠느냐고. 그녀의 대답은 JR타워였고, 그래서 난 TV타워는 아래서 그냥 바라보기로 이미 맘을 정했었다.

스치듯 그곳을 지나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쇼핑거리가 보였고,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이 꼭 들른다는 '돈키호테'매장이 떠올라 그간 공부해 온 일본어를 다시 시험해 봤다.

"돈키호테와 도 이끼마스까?"

무심하게 한 가게 주인아저씨가 손을 가리키며 뭐라 뭐라 한다.

질문을 했지만 대답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는 터라 고개를 끄덕이며 느낌으로 알아채며 공손하게 인사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그리고 그가 알려준 방향으로 내처 걸었다.


거리엔 사람들이 많았고, 한국어도 많이 들렸고, 나는 그들과 한 방향으로 향했다.

잠시 후 신호등 두 개를 건넌 후 거리에 서있는 두 남자에게 또 물었다.

"돈키호테와 도 이끼마스까?"

그중 한 명이 손으로 옆을 가리켰다.

"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인사를 마친 나는 드디어 그곳으로 들어갔다. 


난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 들어가면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끼는 편이다. 해서 역시 그곳에서도 처음엔 물건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졌고, 이것저것을 살피며 가져간 일본 쇼핑리스트를 꺼내보면서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는데 종업원이 친절하게 말한다. 세금면제를 받고 싶냐고? 난 물론이다라고 대답했고, 그가 여권을 요구하는데, 그제야 알아챘다. 짐을 줄이기 위해 호텔방에 여권을 두고 온 것을.

그가 미안해하며 다시 말했다. 세금면제를 받기 위해선 여권이 필요하다고. 잠시 생각하던 난 그럼 호텔에 가서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는 그럼 사려는 물건을 여기 맡아줄 테니 다녀오라고. 언제쯤 돌아오겠느냐고 물었다. 한 30분 후에?

그리고 나는 눈썹을 휘날리며 예의 그 빠른 걸음으로 호텔로 향했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이 통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